최근 CJ인터넷이 ‘마구마구’ 내 은퇴선수의 이름 표기 방식을 영문 이니셜로 바꾸는 작업을 단행했다. 지난해 박정태 외 12명의 선수들이 CJ인터넷에 본인들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한 화답이다.

 

판단은 법원이 할 몫이지만 한 가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난해 CJ인터넷이 KBO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진 야구게임의 분쟁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분쟁일까 하는 점이다.

 

야구게임은 말 그대로 야구게임일 뿐이다. 그리고 작품마다 약간의 변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 규칙은 거의 동일하다. 투수가 던지면 타자는 치고 수비수는 그것을 잡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투수는 타자가 미처 예상치 못한 방향과 구질로 공을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타자는 이를 예측해 때리는 것이 야구게임의 핵심이다.

 

야구게임의 재미는 바로 이 같은 타자와 투수의 심리전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야구게임은 다르다. ‘마구마구’나 ‘슬러거’ 모두 이 같은 재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그들이 정작 추구하는 것은 선수카드(마구마구)와 드래프트권(슬러거)이다. 더욱이 선수카드와 드래프트권은 특정 선수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확률형 아이템으로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선 반복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과도한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업체들의 이득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가 KBO 독점계약을 두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은 유저들의 권리나, 야구게임 시장의 활성화가 아닌 선수의 실명을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본인들의 매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야구게임의 본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프로야구 선수는 단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선수협의회가 KBO와 본인들의 성명권 및 초상권을 위임한 계약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업체간 분쟁에서 선수협과 KBO간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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