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맞이 했다는 백호의 해라 그런지 신년벽두를 예상치 못했던 혹한과 폭설과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비록 덕담대신 출퇴근 안부를 주고 받으며 힘겹게 시작한 경인년이지만 게임산업계에서 뛰고 있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흰 눈처럼 빛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는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내려진 눈만큼이나 올 한해 게임 농사가 풍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실 작년에도 계속된 금융한파 속에서도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존재감이 나타났던 시기였던 것 같다. 메이저 게임사 및 중견 업체들의 높은 실적을 비롯하여 해외 각지에서 선전하는 게임들 덕분에 해외 매출 역시 호조를 보였다. 또 게임사들의 코스닥 진출 사례가 이어지면서 작년에는 경제전문가들의 눈과 귀를 게임산업에 주목시켰다.

 

아직 공식적으로 2009년 매출 집계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게임 업체들의 연매출 모두를 합산하면 4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어느 특정 업체의 노력과 결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크게든 작게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왔기에 게임인 모두가 함께 느껴도 될 자부심이 아닐까 싶다.

 

게임산업은 10여년 전부터 매년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어왔지만 어린 시절 향유했던 추억의 놀이문화 정도로 인식되었을 뿐 진정한 게임산업의 가치와 영향력을 조명받기 어려웠다.

 

수 많은 게임업체들이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찾는 유저들과 호흡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에 사회적 인정과 평가에 연연하지 않기도 했지만 말이다. 1990년 말부터 조금씩 뿌려지기 시작한 온라인게임이라는 씨앗은 지금은 너무나 귀한 열매를 맺게 되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되고 있는 중이다.

 

씨앗이 열매를 맺게 되기까지 물과 빛과 거름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기다림, 즉 시간이다. 적당한 시간이 있어야만 여러 가지 작용을 거친 인내의 열매를 안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지난 10여 년간의 시간은 게임업체들에게 시련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강해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된 셈이다.

 

지난 시간 덕분에 그동안 못 느꼈던 게임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전해진다.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산업의 성과에 대해 관심 가질 뿐 아니라 게임사들의 행보를 주목하며 함께 조우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직간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제라도 게임산업의 진가를 인정받은 듯하여 기쁘기도 하지만 다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게임산업에 새롭게 부여된 ‘존재감’이 자칫 ‘겸손함’을 잃게 하지 않을까.

 

게임산업이 이제라도 빛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만 아직 성숙되어 있지는 않다. 온라인 게임이 이 시대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라는 사실은 이제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게임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감을 넘어서는 자만은 피해야 한다.

 

전체 산업에서 보았을 때 게임은 이제  막 주목 받기 시작한 예비스타와  같을 것이다. 예비스타의 본분은 겸손한 자세에서 자신의 스타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영원한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게임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10년을 넘긴 든든한 게임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즉 이제는 예비스타에서 진정한 스타로 변화하는 시기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다. 스타의 어려움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앞으로 게임산업이 어떤 변화 속에서 성장하게 될지 예전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게 될 것이다.

 

온 나라를 한 순간 설국으로 만들어버린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으면서 사람은 언제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새해 다짐을 해 보게 되었다. 기존작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도전장을 내민 수십 종의 신작게임들이 세대교체를 향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상생의 경쟁관계를 맺어왔던 게임사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의 대립구도를 구축하며 업체간의 거친 기 싸움도 예상이 된다. 누가 힘겨운 싸움에서 최종 승리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고 성숙해지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 kweon20@mga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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