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토리텔링 연구에 매진”

최근 숭실大서 문학박사학위…“휴식처 같은 작품 개발지원에 일조”

 

“이번 연구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했을 뿐이지요. 앞으로 논문에서 다룬 각 세부 분야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론을 확장하고 정착시켜 나가는데 힘쓸 것입니다.”

 

이재홍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51세)는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 게임구성의 4요소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지난해말 숭실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 논문은 취약한 한국 게임의 스토리텔링 부분을 체계화하고 실무에서 쓸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그는 이번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스토리텔링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더욱 정진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게임 콘텐츠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문제는 스토리텔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정서적으로 사용자를 안정시키는 휴식과도 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지요. 지금은 인문계열에서도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당시에는 공대나 의대가 아니면 박사학위를 받는 사례가 없었습니다. 학위가 없어도 떳떳했던 이유지요.”

 

이 교수는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두 차례 밟았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이번 논문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떳떳하다. 당시에 동경대에서 인문학 박사가 배출되지 않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박사학위를 받은 것보다 이번 논문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그가 매진해왔던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 전자공학서 소설가로 변신

 

“전공이 전자공학이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소설을 쓰게됐죠.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대학원에서 국문학과를 다녔고 소설가로 활동했습니다.”

 

게임 스토리텔링은 국내에서는 매우 척박한 분야다. 90년대 중반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패키지 시장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저버렸고 산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엔딩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상 스토리텔링은 오랫동안 산업계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그가 게임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에 전념했던 것은 그 자신이 문학도인 탓이 크다.

 

“처음 게임 시나리오 교수로 일하게 됐을 때 학생들과 게임을 많이 하곤 했는데 그 때 ‘화이트데이’를 해보게 됐지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다른 유명한 공포물과 달리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두렵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한국적 정서는 한국적 콘텐츠가 무엇인지 알려줄 정도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에 관심을 가지며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가 동경대에서 종합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또한 귀국 후에는 소설가로서 집필 활동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생각한 것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근대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였다.

 

그 대상이 바로 게임이 된 것이고 그가 다른 이들과 달리 게임을 컴퓨터공학이 아닌 인문학, 특히 문학적으로 접근하게 된 이유다. 그리고 그는 ‘화이트데이’ ‘귀무자’ 등 스토리텔링이 잘된 작품을 접하며 더욱 이길에 매진해 왔다.

 

 

# 척박한 분야에 밑거름 되는 심정

 

“원래 하나의 학문이 시작되려면 기초적인 연구부터 나와줘야 하는데 게임학과가 생길 당시에는 아무것도 마련된 것이 없었지요. 공학적인 접근만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논문은 그동안 이뤄졌던 많은 게임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연구와는 달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는 실무형 논문이다. 그가 순수한 학자로서의 연구가 아닌 현장을 위한 논문을 만들게 된 것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때문이다.

 

게임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은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는 척박한 분야다. 하지만 ‘WOW’의 등장이후 ‘아이온’으로 대표되는 많은 온라인 작품에서 보여지듯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반면 국내 교육계에서는 게임산업 및 학계의 길지 않은 역사로 인해 프로그래밍 부분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대로된 게임 스토리텔링을 알려주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교제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후진 양성을 통해 산업계에 일조한다는 신념으로 이번 논문을 준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콘텐츠 강국이 되려면 각 분야별 전문 스토리텔러가 나와야 하고 이는 문학계의 몫인데 아직은 게임 분야의 전문 스토리텔러가 나오기는 시기 상조인 듯 하다”며 “학문을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실용적 연구도 중요하고 제대로 된 이론을 체계화해 교육하는 것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산업 발전 위한 ‘학자의길’ 선택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설익은 논문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논문에서 다루는 각 분야별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제 연구에 동참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앞으로 이번 논문을 바탕으로 게임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화하는 한편 일반적인 역사학은 물론 전쟁사, 풍속사, 문화사 등 다른 인문학과 게임학을 융합하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후학 양성에 초점을 둔 지도자로서 창의적인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과의 융합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계 곳곳의 역사 및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인재가 나와야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게임은 인간 세계와 똑같고 해외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를 아는 것이 필수”라며 “삼성도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인재를 보내 그곳의 특성과 문화를 파악한 뒤에야 세계화 전략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가능하다면 제 이론에 입각한 한국형 스토리텔링이 정착되고 이를 바탕으로 킬러 콘텐츠가 탄생한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요. 물론 저 역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고요.”

 

그는 체계적인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게임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을 통해 폭력성을 배제한 휴식과도 같은 재미를 주는 작품,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 또한 그의 바람이다.

 

소설가로서 한국형 팬터지의 전형을 제시해보겠다는 포부도 있다. 그는 “내 좌우명 ‘흐르는 물이 되자’처럼 머무르지 않고 계속 게임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싶다”며 “이것이 학자의 길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 사진=김정민 kjmin3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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