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디지털TV를 바탕으로 한 융합형 콘텐츠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역시 글로벌 기업 답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CES(소비자 가전쇼) 2010’에서 그동안 준비했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물론 CES 행사기간 동안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3D TV를 비롯한 디지털 TV, 스마트 폰 등과 관련된 최신 제품과 비전에 관심을 보였다.

 

너무 콘텐츠 쪽으로 치우쳤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지 보도와 행사를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가 TV용 앱스를 발표한 것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옳은 것 같다.

 

삼성전자의 현지 발표 자료와 발품을 팔아 모은 정보를 요약하면 이렇다. 삼성전자는 삼성 휴대폰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 수 있는 콘텐츠 오픈 마켓인 ‘삼성 앱스(Samsung Apps)’를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오픈했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3월1일부터 삼성 앱스를 TV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은 미국에서 TV앱스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점차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7월부터 유료로 돌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지 콘텐츠 오픈 마켓은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파는데 머물렀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TV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계획대로라면 TV를 인터넷과 연결하면 TV 리모콘으로 간편하게 게임·음악·게임·여행·날씨 등과 관련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검색·다운 받아서 TV의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유료화 시점인 7월부터는 결제 시스템이 완비되기 때문에 TV를 통해 TV용 게임 등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필자가 TV용 삼성 앱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다. 우선 TV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점이다. 게임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TV로 즐기는 게임이라는 블루오션이 갑자기 생겨나는 셈이다. 물론 리모콘이라는 인터페이스의 한계와 디지털TV의 성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휴대폰 게임 못지 않은 퀄러티의 게임을 TV에서 그대로 즐길수 있게 된다.

 

또 하나는 이 프로젝트를 삼성이 추진한다는 것이다. 삼성 앱스를 사용하려면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TV가 있어야 한다. 고급형 LCD와 LED TV 등이 대부분 이같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LED TV 1천만대와 LCD TV 2천500만대, PDP TV 400만대 등 올해 모두 3천900만대의 평판 TV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작게 잡아도 전세계적으로 1천만명 이상의 TV 유저들이 잠재적인 삼성앱스 사용자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TV에 인터넷 연결 기능이 없어도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삼성 앱스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최소 수천대만의 TV를 연결해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TV용 애플리케이션 500개 정도를 소싱해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50여개 업체와 전략적인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인 25개사가  게임 업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강 잡아 250개 정도의 TV용 게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초기 단계이지만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치고는 숫자가 너무 작다. 그만큼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 아닐까 싶다.

 

3년전부터 이 분야에 깊숙히 참여하고 있는 권영민 이노디스 사장이 필자와의 대담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는 타이밍이 됐다. 권 사장은 “게임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볼 때에도 삼성 앱스는 한국이 전세계 컨버전스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우리 산업계와 정책 당국이 애플의 마술에서 벗어나 삼성 앱스를  바라봐야 할 때라는데 필자도 동의한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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