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뿌연 회색 빛이다. 창밖을 통해 바라본 거리에는 을씨년스럽게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리고 가면 연말연시가 그나마 풍성하려만. 2009년 송년 號를 만들면서 문뜬 쳐다본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한해를 정리하는 각종 통계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도  10대 뉴스 선정, 설문조사 등 다양한 송년 특집을 마련했다. 본지가 50명의 CEO에게 ‘올해 경기가 어떠했느냐?’고 물어봤다. ‘예상보다 다소 좋았다’는  응답자(24명, 48%)가 가장 많았다.

 

반면 ‘예상보다 다소 나빴다’(16명, 32%)나 ‘2008년과 비슷했다(8명, 16%)’라고 답한 응답자를 합치면 절반(48%)에 육박한다.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수치다. 다른 통계를 살펴보자.

 

올해의 핫 이슈가 뭐냐고 물었다. ‘ ‘아이온’의 강세와 뚜렷한 흥행작 부재’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IPTV 아이폰 등 새로운 플랫폼의 확산과 웹게임의 르네상스 등을 핵심 트렌드로 꼽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조사 결과는 ‘메이저 중심의 시장 구도 고착과 중소 개발사의 해체’를 올해의 핵심 이슈로 꼽은 CEO가 전체의 36%나 된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NHN(한게임)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등  5대 메이저의 매출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3분기까지의 매출과 애널리스트의 분석, 자체 집계 등을 종합하면 넥슨이 7000억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돌풍에 힘입어 5605억원, 네오위즈게임즈 2780억, NHN 한게임 6443억 등  2조4128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약 4조원 수준(개발 서비스 업체 매출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올해 전체 시장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몇몇 메이저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이에따라 중소기업이 해체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와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앞서 올해 경기에 대한 설문 결과는 해외매출을 통해 대박의 꿈을 실현한 몇몇 상위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힘든 한해를 보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낀 2009년 산업계 경기는 ‘아래목과 윗목 경기’로 요약할 수 있다. 수출 호조와 기존 작품의 안정적인 성장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했지만 수혜 업체가 많지 않다.

 

엔씨소프트 넥슨 NHN 네오위즈게임즈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를 제외하고는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업체는 눈에 띄지 않는다. ‘크로스 파이어’로 중국 대박의 행운을 거머쥔 스마일게이트가 아마도 올해 유일한 성공 신화일 뿐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조이맥스 등이 코스닥에 입성하며 시장에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와이디온라인 게임하이 드래곤플라이 등 중견 선두 업체들이 올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해 어려운 한해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이전 히트작들이 꾸준한 매출을 보여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나 개발사들은 아마도 올해가 사상 최악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터이다.

 

문화부가 최근 내년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에게 새해중점 추진업무를 보고하면서 문화부는 현재 7개 정도인 1억달러 ‘수출 콘텐츠 클럽’을 오는 2013년까지 3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3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이를 위해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등 4대 중점과제와 15대 세부과제를 수립했다. 쉽게 말하면 ‘메이플스토리’ ‘아이온’ 등과 같은 대박 게임을 현재 7개인데  2013년까지 30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을 수출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문화부 정책이 산업 양극화를 더욱 키우겠구나하는 우려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봤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단 한줄로 요약돼 있었다. ‘중소기업 수출 1억 달러’를 목표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문화부 스스로 메이저와 중소기업의 수출 목표를  30대 1로 정해놓는 것은 아닌지  입맛이 씁쓸했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ee@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