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회에선 올 한해 해외에서 맹활약을 펼친 e스포츠 선수들을 초대한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이 자리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해 실제론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간담회전 만난 선수들의 표정에는 다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e스포츠 협회에서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했습니다. 얼핏 이런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협회측도 반신반의 한 상태라서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일정이 잡히니 부랴부랴 준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간담회 당일 장소가 한나라당 당사에서 국회로 바뀐 것도 제대로 전달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기자는 헛 걸음을 했습니다. 협회 관계자한테 연락했더니 단체 문자를 보냈는데 안갔느냐며 갑자기 그렇게 된거라 일일이 신경쓸 수 없었단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행이 좀 일찍 출발한 터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협회 관계자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국회의사당 입구에서 한가롭게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바빠서 실수한 건지 아니면 그저 대충 진행하는 건지 구분이 안가더라구요.

 

진짜 이유는 뭘까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날 간담회에는 협회 관계자들 뿐 아니라 구단 관계자들까지 다들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날의 주인공이어야 할 선수들은 늘 입는 유니폼에 패딩 점퍼를 걸치고 나타났습니다. 뭐 어차피 프로게이머이니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들이 팀을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구단에 마크가 큼지막하게 달린 옷을 입는게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냥 넘어가려 해도 이날 의상은 자리와 영 어울리지 않아보였습니다. 마치 축구 선수가 중요한 행사에 선수복에 축구화를 신고 등장한 느낌이랄까요. 주인공이어야할 선수들한테는 늘 입는 옷 그냥 입히고 정작 서포트를 해야할 협회와 구단 관계자들은 되려 차려입은 이상한 모양세였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부보다 더 이쁘게 차려입고 온 여자 손님은 무례한 것이라 하죠. 딱 그꼴입니다.

 

지난 10년동안 e스포츠가 거침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젊음을 바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선수들한테 좀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작은 간담회였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더게임스 조만규기자 nowar80@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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