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에 대한 추가 국고 지원 문제가 산업계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게임위에 대한 국고 지원을 2011년까지 2년 연장키로 했다. 게임위에 대한 예산 지원은 당초 올해말로 끝나도록 돼 있었다.

 

대신에 문방위 소속 위원들은 심의의 민간 이행을 촉구했다. 국고 지원을 2년 연장해줄테니 그동안 심의 비용의 산업계 부담을 포함한 민간 심의 시스템을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요약하면 국고지원 연장-> 수수료 인상-> 단계적 민간 이전 등으로 이어지는 게임위의 정체성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문화부나 당사자인 게임위, 산업계 모두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이같은 중대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입장이 단호하다. 예컨대 영상물등급위원회와의 형평성 문제나 ‘국가가 강제한 게임 심의료를 산업계가 전부 부담해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는 통하지 않게 됐다. 정치권은 게임위 설립 당시부터 내걸었던 ‘민간 심의’ 이전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게임위 설립 때 법률에 정한 것처럼 문화부나 게임위가 심의 시스템을 민간으로 이관할 준비를 마쳐야 했고, 따라서 국고지원을 중단했어야 옳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국고지원 2년 연장 결정의 의미는 이번 한번은 봐주지만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최후 통첩, 바로 그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넌 이상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는 심의료 인상과 심의 민간 이전은 피할수 없는 골치거리로 자리 잡게 됐다. 문화부는 그동안 꺼내고 싶지 않았던 민간 자율 심의문제를 탁상위에 꺼집어 내야 한다.

 

이 문제는 문화부, 특히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는 결코 자신의 재임 기간동안 언급하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이전 ‘사행성 게임 논란’을 재연시켰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얼마전 부임한 김재현 주무과장 입장에서 보면 폭탄 돌리기에 딱 걸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초부터 2기 게임위를 이끌고 있는 이수근 위원장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최대 100%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심의료 인상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산업계가 지나친 심의료 인상에 집단 반발이라도 하면 자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득실을 따졌을 때 그나마 실적을 거둔 곳은 산업계인 것 같다. 수수료 인상이라는 폭탄을 맞게 됐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요구해 온  민간자율로 가는 티켓을 얻었기 때문이다.

 

꺼내 놓기 쉽지 않았지만 피할수 없는 문제라면 문화부와 게임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면 된다. 수수료 인상과 민간 이전 문제가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남아있다. 이미 문화부는 게임위, 협회 등 관계자들과 함께 등급심의 민간자율 TF를 구성해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TF에서 무슨 안을 내놓을지 좀더 지켜보면 알겠지만 결코 원만한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현재 산업계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마도 문화부나 게임위는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으니 산업계를 대표하는 모양새를 갖췄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협회의 속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단체들이 산업계 전체의 이익과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데 동의한다. 산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다. 플랫폼으로 보면 모바일이나 IP TV, 앱스토어, 콘솔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더욱이 게임산업협회는 회장이 유고 상태다. 심의료 인상폭이나, 플랫폼별 심의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등 적용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산업계 전체의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자율심의의 단계별 로드맵과 기금결성 등은 아예 논의 조차 할수 없어 보인다. 회장의 유고로 인해 사고 단체나 다름 없는 게임산업협회가 문화부나 게임위를 상대로 기금을 쾌척하고 파격적인 자율심의 시행을 맞바꾸는 빅딜을 할 수 있겠는가.

 

산업계 전체의 지형을 바꿀 수 도 있는 이런 중대 사안을 협회 운영위에서 결정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게임산업협회가 하루속히 신임회장을 뽑고 제대로 된 사무국 체제를 갖춰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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