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게임업계에 ‘아나바다’ 운동이 활발합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이 운동이 게임업계에 때아닌 화두로 떠오른 것은 CJ인터넷의 사옥 이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CJ인터넷은 5년 동안의 구로디지털단지 시대를 접고 새롭게 상암동으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CJ인터넷의 사옥 이전이 ‘아나바다’ 운동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며 되묻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것은 바로 CJ인터넷이 떠난 자리에 웹젠이 둥지를 틀기 때문입니다. 또 CJ인터넷과 함께 상암동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 애니파크는 과거 엠게임이 머물던 가산동 제이플라츠 빌딩에 입주할 예정이랍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단 ‘아나바다’ 운동은 사옥이전 뿐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업계는 인재를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있습니다. 넥슨의 경우 한때 독자적으로 회사를 설립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던 ‘메이플신화’의 주역 이승찬 시메트릭스페이스 사장을 다시 영입했습니다.

 

네오위즈는 과거 넥슨 신화의 주역들인 정상원 본부장과 서원일 前넥슨 대표를 식구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위메이드의 경우 예당온라인(現 와이디온라인) 김남철 前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고, CJ인터넷은 네오위즈에서 ‘스페셜포스’를 정상에 올려놓은 박정필 본부장에게 ‘서든어택’을 맡겼지요.

 

구름인터랙티브는 아예 엠게임의 주력 멤버들로 회사가 구성되는 등 게임계의 인재 ‘아나바다’ 운동은 대표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지요.

 

이처럼 인재 ‘아나바다’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업계의 좁은 인재풀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워낙 수시채용과 경력 중심의 인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다른 산업群에서 인재를 영입하지 못하고, 같은 게임업계에서 인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10년 안팎의 짧은 역사를 가진 온라인게임산업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인재 ‘아나바다’로 동일해지는 게임의 출시경향과 마케팅입니다. 간판만 다를 뿐 그들이 하는 일은 같다는 말이죠. 독창성 있는 컨텐츠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이같은 ‘아나바다’의 심각한 폐해일 것입니다.

 

본래 ‘아나바다’의 취지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굳이 게임계에서 ‘아나바다’ 운동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낌없이 쓰고, 혼자쓰고, 새롭게 쓰는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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