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수정 명령에도 불구, 블리자드만큼은 뚜렷한 후속 액션을 취하지 않아 말들이 많습니다. 이미 약관을 수정한 곳도 있고 대부분 연말안에 공정위 지시대로 사용자 권리를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약관을 손대겠다고하는데, 블리자드만큼은 마치 “공정위 리스트에 들지않았다. 아쉬운건 우리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별 움직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블리자드가 공정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나몰라라는 식으로 요지부동인 블리자드도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사이트 이용자수를 감안했던지 나름대로 1차 시정 권고 대상업체 선정 기준이야 있겠지만, 온라인 게임 약관 문제가 불거진 장본인이 블리자드인데, 아무리 양보해도 좀 지나친 것 같네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블리자드가 게임왕국 일본시장에서 유독 발을 붙이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중의 하나가 약관 때문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에 ‘소비자가 봉’인 약관을 갖고선 일본 시장에 접근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얘기죠.

 

비단 약관 문제뿐 아니라 블리자드의 최근 행보를 보면 한국 유저들을 대체 무엇으로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배틀넷도 그렇고 e스포츠도 그렇고 도무지 블리자드팬들은 안중에도 없어요.

 

혹시 재미있는 작품만 만들면 모든가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솔직히 오늘날의 블리자드가 있기까지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지 않았습니까? 해외에선 반응이 그저 그런 타이틀에 불과했던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유저 덕분에 마의 10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이나 킬러 타이틀인 ‘WOW’를 불멸의 히트작으로 만든 주역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하기야 정부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인들 두려워하겠습니까. 의리, 신의 이런 것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 정부와 기업 등 모든 관계에 다 통용되는 거예요. 오늘날의 블리자드를 만들어준 한국 유저들을 위해 의리를 중시할줄 아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블리자드 모습을 보고싶네요.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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