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은 무역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기념식과 함께 ‘수출의 탑’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에도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센터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제46회 무역의 날 수출탑 및 포상’ 행사가 열렸다.

 

15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총 1504개 업체가 수출탑을 받았다. 우리 게임계에서도 7개 업체가 수출탑을 받았다. 전체 1504 개에 비하면 창피할 정도로 숫자가 적지만 그래도 몇개 사가 상을 받았으니 체면 치레는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7개 업체의 이름과 수상 내역을 보면서 순간 당황했다. 7개 업체는 엔도어즈 이미르엔터테인먼트, 이스트소프트, 재미인터랙티브, 라온엔터테인먼트, 구름인터렉티브  드래곤플라이 등이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등 메이저는 물론 게임하이 등  해외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체들이 모조리 빠져 있었다. 더구나 상을 수상한 게임업체 중 1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은 드래곤플라이가 가장 높은 수출 실적을 올린 업체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수출은 11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에는 최소 15억 달러를 넘어 설것이란 전망이다. 한해 수출 20억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게임계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한 공로로 상을 받은 업체가 7개 뿐인 셈이다. 도저히 계산이 맞지 않는다.

 

국내 메이저 중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넥슨의 경우 해외 매출이 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비근한 예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에만 해외에서 864억 원을 벌었다는 발표도 있다.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대박을 내고 있는 네오위즈의 경우 올해 해외 매출이 5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수출의 탑’은 한해 수출 실적이 최소 100만 달러만 넘어서면 신청할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신청 내용에 하자만 없으면 수출탑이 주어진다. 이 말대로라면  최소 50개 이상의 국내 업체들이 수출의 탑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임 산업의 수출 규모와 메이저의 해외 매출 규모를 염두에 두면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탑을 받는 업체도 몇개 정도 나와야 맞다.

 

물론 게임산업의 수출 형태가 복잡하고 해외 법인의 현지 매출은 수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 해야 할 부문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국내 10대 메이저가 연간 10억원도 수출하지 못해 최 하위급의 수출의 탑도 타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개별 업체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결국은 대다수의 업체들이 ‘수출탑’ 후보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는 대답도 있었다. 그런데 상당수는 그런 것 타서 뭐하냐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를테면  ‘관심없다’는 것이다.

 

수출의 탑을 수상할 경우 금융과 수출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무엇보다 정부가 해당 업체와 기업인을 수출 역군으로써 공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진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좀더 시야를 넓히면 게임이 수출 효자 산업이라는 것을 정부는 물론 전체 산업계, 일반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는 셈이다.

 

게임인들이 제조업 종사자들처럼 산업과 수출의 역군으로써의 대우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그런 대접을 받기를 거부하는 게임 업체 관계자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해외로 들고 나가 돈만 많이 벌어 들이면 그만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나 단세포적이다. 특히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메이저 홍보 마케팅 관계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자격미달이고 직무유기다.

 

무역협회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7월 중순부터 한달간 수출의탑 후보 신청을 접수하게 된다. 내년에는 게임업체들이 많이 신청해서 좀더 많은 업체들이 수출의탑을 수상했으면 좋겠다.

 

또한 시상식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택진 사장이나 김정주 사장에게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여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올 행사에서 이 대통령이 수출 역군들에게 훈장을 달아 주는 것을 보면서 저기에 게임人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던 게 비단 필자만이었을까 싶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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