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가 온라인 게임의 업데이트를 비롯한 패치 심의 일부를  업체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게임위의 심의 업무가 워낙 복잡해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 핵심은 ▲일정 자격 조건에 해당하는 업체를 인증해서 ▲ 패치 심의 여부를 판단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위는 12월말까지 준비 작업을 끝내고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게임의 심의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분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수 있지만 이 제도는 시행 자체가 갖는 의미와 현실적 효과 측면에서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우선 이 제도가  도입되면 탈많고 말 많은 패치 심의의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패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게임 업체는 물론이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위 입장에서도 큰 짐을 덜 수 있게 된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업데이트나 버그 수정 등을 위한 패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패치를 한 후 24시간 이내에 패치 내용 등을 게임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게임위는 신고내용과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등급 재분류 여부를 판단, 업체에 7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물론 게임 콘텐츠 내용 수정이 동반되는 업데이트의 경우 당연히 이같은 과정을 밟아 등급 재분류(사실상 재심의)를 받는 것이 당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버그 수정과 같은 기술적인 패치의 경우에도 최소 8일이 걸리는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하루에도 몇차례 패치를 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제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많았고 산업계의 반발도 샀다. 게임위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고  골치거리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이번에 패치 재분류 여부를 업체들이 결정토록 한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업체들은 게임위에 패치 신고를 한후 재분류 여부를 통보받을 때까지 7일간 기다릴 팔요가 없게 된다. 그만큼 패치 심의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산업계 전체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가 오랜 숙원인 산업계 자율 심의로 가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이 제도가 게임위 발족 이후 산업계 자율 심의로 가는 첫 걸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자율심의기구 설립과 운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게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의 성공여부가 향후 도입될 민간자율심의 틀과 모습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은 섣부른 예단이 아닐 것이다.

 

게임위가 제도 자체의 그림을 잘 그리고 있고 시기도 적절한 것 같다. 문제는 12월중에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이다. 특히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을 듯하다. 자칫 하면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 시비를 불러와 제도 시행 자체를 어렵게 할 수 도 있다.

 

게임위측도 이같은 우려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는 듯하다. 내부 방침이긴 하지만 게임위가 일방적으로 대상 업체를 지정하지 않고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일정 자격과 조건을 넘어서면 대상 업체로 지정하는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생각이다. 게임위는 그 자격 조건으로 ▲ 전체 이용가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 ▲패치 등의 수정신고를 제대로 한 업체 등을 ‘우수기업’으로 인증해 패치 자율 심의의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게임위가 이런 저런 부작용을 우려해 찾아낸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 작다. 게임위라는 국가 기관이 인증한 ‘우수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대내외적으로 갖는 위상을 생각하면 좀더 많은 요소를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예컨대 기업의 투명성, 사회적 기여도, 업력 등 게임 외적인 잣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수기업’을 선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시행될 민간 자율 심의를 위해서도 ‘우수기업’에 대한 기준은 필요하다. 당장 시간이 촉박하다면 우선 ‘인증기업’ 정도로 제도를 시행하면서 ‘우수 기업’ 지정을 위한 작업도 병행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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