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임 산업계를 이끌어 가야할 인사가 없는가. 이름 대면 누구나 알만한 게임업체들은 한창 잘나가고 있지만 게임 업체들을 하나로 엮어서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가야할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다.

 

게임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전격 사퇴한 4기 김정호 회장의 후임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회장 사퇴 자체가 갑작스러워 협회 차원에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는 관계로 후임을 논하기는 이른감이 있을지 모르나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른 인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물밑에서 협회를 맡을 적임자로 여기고 당사자에게 의사를 타진하면 모두 다 고사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하면 외부에서라도 적당한 인사를 찾아야 할텐데 이마저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2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권준모 회장의 후임으로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의 P 전차관을 선임한다”고 발표했으나 P 전차관이 고사하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 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볼 때 P 전차관보다 나은 인사를 영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외부인사의 영입도 물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

 

협회를 이끌어가야 할 후임회장의 선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취약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게임산업의 비중을 감안하면 게임협회장만은 제대로 선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게임산업협회장을 선임하는 원칙을 정해야 하고 이 원칙에 맞는 인사를 찾아 책임있는 게임 업체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가만히 있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게임산업협회장은 전문 경영인이나 명망있는 외부인사로 선임해서는 안된다. 자리의 격을 논하는 외부인사나 책임지기 어려운 전문 경영인으로 협회를 이끌어 가면 협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번에는 외부 명망가나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기 보다는 오너를 협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현재 협회장 자리가 월급이 나오는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예가 있는 자리도 아니다. 단지 업계 발전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더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협회도 오너 체제로 갈 필요가 있다. 오너들은 뒤로 빠진 채 협회에 이름만 올리고 앞에 나서 궂은 일 할 사람을 내세우려고 하면 협회가 구심적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산업계에 말발도 먹히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협회장의 자리에는 또한 어느 정도 경륜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 게임업계처럼 물갈이 빠르고 진입도 쉬운 산업이 없다. 그렇다 보니 젊은 나이에 게임하나 잘 만들어서 성공하는 인사도 많다. 따라서 각자의 개성도 강하고 친소 관계에 따라 움직임도 많아 이를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게임 업계의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따라서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을 갖고 있고 게임 업계의 속사정을 잘 알 수 있는 경험있는 인사가 선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경영이나 개인적으로 윤리적인 문제가 없어야 한다. 게임은 그 성격상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가 협회장 자리를 맡을 경우 대외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 업계도 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게임 산업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낙인 찍혀선 게임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다. 아케이드 게임 업체들이 국내외적으로 각광을 받다가 저작권 침해와 사행성으로 한순간에 침체에 빠져든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게임산업협회장의 자리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협회장을 어떤 인사로 추대하느냐에 따라 게임산업협회의 앞날은 물론 게임산업의 미래까지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철린 가온게임즈 사장 crwon1@hanmail.net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