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회장이 NHN 한게임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고 사령탑의 실질적인 유고 상황을 맞게 됐다.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말까지 지스타, 대한민국게임대상과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있다. 협회장이 산업계를 대표하는 호스트로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협회장이 상을 줘야하는 ‘인기 게임상’은 누가 시상할지,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게임인의 밤’의 호스트는 누가 맡을지도 걱정 스럽다.

 

이 시기를 넘어가면 회장직의 공백 상태는 더 오래 갈것 같다. 내년 2월 총회에서나 포스트 김 회장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더라도 협회는 최소한 4개월여 동안은 대행 체제로 가거나 아예 공석인 상태로 유지될 개연성이 높다.

 

포스트 김정호 상황을 놓고 말은 많다. 여러가지 시나리오와 대안이 조심스럽게 타진되고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김 회장이 약속(?)한 6개월의 공백을 기다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내년 3월초까지 대행을 두는 방안이다. 협회를 알고 산업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봄 총회 때까지 회장 대행에 의해 업무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차기 회장은 누가 회장을 맡게 될까.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몇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먼저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나 김정주 넥슨 사장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지 그 분들이 나오겠는가. 상황이 좋아도 결코 나오지 않을 분들인데 지금처럼 김 회장이 중도에 관두고 만 마당에 누가 그 돌을 맞겠다고 나서겠는가.

 

5대 메이저의 역할론도 나온다. 엔씨소프트, 넥슨, NHN 한게임, 네오위즈, CJ인터넷를 두고 한 말이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게 이들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버는 규모 순서로 본다면 더 그렇다. 문제는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어느 누구 하나 회장직을 선뜻 맡을 분위기가 아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소위 말하는 온라인 게임의 3대 사회적 이슈, 예컨대 △아이템거래 △ 사행성 △과몰입 등 3대 현안 중 자신의 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곳이나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5대 메이저들은 솔직히 앞서 언급한 사회이슈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 3대 이슈는 현재 온라인 게임의 태생적 문제로 여겨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3대 이슈가 돌아 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뀌 말하면 2가지 이슈가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행성 문제로 한게임이 돌을 맞으면 엔씨나 넥슨은 여유로웠다. 반대로 아이템 거래문제가 터지면 나머지 2개사는 속으로만 웃는다. 김 회장이 사행성 문제로 허덕대고 있을때 나머지 업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혹시나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복不복을 하면서 ‘나만 아니면 괜찮아’라는 심정은 아니었을까.

 

게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 과장이 “사행성과 게임 과몰입 문제를 내년도 핵심 이슈로 삼고 있으며 협회에서 이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행성은 김회장이 그렇게도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이고, 여기에 청소년 게임 과몰입 문제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면 5대 메이저 중에서 한 곳을 빼고 나머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시야를 좀더 넓혀 중견 포털이나 개발사를 바라 봤다. 그 쪽에서도 마땅히 점 찍기가 쉽지 않다. 김기영, 권이형, 전찬웅, 조성원, 서수길. 글쎄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못한다는 말을 할 것 같다. 그럼 결국 외부 영입인가. 스스로 해결을 못해 외부 영입을 하다면 그 것도 현 상황에서는 차선책은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를 포함한 5대 메이저 역할이다. 이들 기업의 창업자나, CEO들이 맡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도움을 청하는 마음과 진정성을 가지고 회장을 찾는다면 아마도 적임자는 많을 것이다.

 

5대 메이저가 한 마음이어야 하는데, 워낙 개성이 강해서 함께 만나는 것 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협회가  갈길이 먼데 말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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