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필자는 깨끗한미디어교사운동 선생님 몇 분과 넥슨을 방문했다. 게임업체가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필자와 교사들을 초청했다는 사실 하나로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넥슨이라는 초등학생들의 로망인 대형기업이니 돈도 많을 것이고 멋진 건물 하나 떡하니 차지할 줄 알았는데 안내한 곳은 한 건물의 지하여서 좀 실망한점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지하공간에 펼쳐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보니 그곳이 아이들을 그토록 울고 웃게 만드는 ‘렙업의 기쁨’ ‘득템의 행복감’으로 전율하게 하는 작품이 개발된 곳이라는 흥분감도 들었다.

 

그리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게임개발자의 게임 개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어떤 게임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일까. 유저들이 많이 하는 게임? 돈버는 게임? 그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길 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필자가 여러 차례 말한 아이들이 정말 즐겁고 재미나게 하는 게임을 게임 개발자도 만들기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 재미있는 게임의 목표란 무엇일까.

 

개발자가 써놓은 말을 그대로 옮겨 보자.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을 물리치고 1등하라’. 경쟁이란 무엇일까. ‘아이템을 이용하여 잡힐 듯 역전과 재역전의 반복,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잃지마라’. 그것이 목표였다.

 

결국 아이들이 1등하지 못하는 공부대신 게임 안에서 상대방을 돈으로 산 아이템을 이용하여 쓰러뜨리고 1등 하도록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 게임 개발의 재미에는 아이들의 심신의 피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몸과 마음의 안정을 주고 휴식하게 하는 것 따위는 개발의 목표에는 없었다.

 

즉, 그 게임개발의 목표는 진정한 재미가 아니라 또 다른 경쟁, 또 다른 긴장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개발의 목표에 맞춰 이기기 위해 아이템을 사고, 이기기 위해 다른 유저들을 쓰러뜨리고 또 그러기 위해 돈을 써야 했다. 지면 안 되니까 이기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무지개 손가락이 되기 위해 피나게 자판을 눌러야 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게임문화의 실체다.

 

그들이 말하는 ‘게임을 만들 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자’ ‘빠져나갈 구멍을 먼저 생각하려면 하지 말자’ ‘나중 내 아이도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게 까지 생각하고 게임 개발을 하는지 정말 몰랐다.

 

그들이 생각했다는 문제는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빠져나갈 구멍이란 무엇일까. 진정 내 아이가 해도 되는 게임일까. 그들이 생각한 문제는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문제이며, 빠져나갈 구멍이란 게 게임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주고 있다는 변명이며 내 아이는 나중에 게임을 하면 한 시간만 하면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게임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 못하는 부모의 무능한 탓이며, 실패한 게임의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재 잘나가는 게임의 아이템을 늘리고, 아이템의 값을 올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결재한도 따위는 있어서는 안 되며, 있어도 한달에 50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가구당 문화비 지출이 평균 12만원에 불과한데 게임으로 한달에 50만원을 쓰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문화비 지출로 볼 수 없다.

 

기업 스스로 게임을 문화가 아닌 도박으로 가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의 목표가 경쟁이니 경쟁적으로 돈을 쓰도록 하고 돈을 쓴 자만이 이기게 돼있다. 진짜 재미있는 게임, 상대방을 이기지 않아도, 죽이지 않아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돈만 쓰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문화라 할 수 없다.

 

문화란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우아함, 예술풍의 요소를 지닌 인류의 가치적 소산으로서의 철학 ·종교 ·예술 ·과학 등을 가리킨다. 철학이 없는 문화는 있을 수 없으며 철학은 창조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창조 작업은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고 남들과 같아서는 창조라 할 수 없으며 남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은 그저 습관일 뿐이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ibum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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