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게임 퍼블리셔 2곳이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선수 초상권 사용을 두고 ‘여론 재판’을 벌이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주인공은 CJ인터넷(대표 정영종)과 네오위즈게임즈(대표 이상엽)다.

 

야구 온라인 게임 ‘마구마구’를 서비스하고 있는 CJ인터넷이 KBO와 2012년까지 등록 선수, 코치, 감독 등의 초상권을 독점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태의 원인이다. ‘마구마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슬러거’라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네오위즈가 독점 계약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독점 계약의 정당성에 대한 논리 공방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방과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상황을 살펴 보면 두 업체 모두 할 말이 있다. 예를 들면 “정당하게 계약을 체결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CJ인터넷의 비즈니스적 논리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또한 “KBO의 독점 계약은 야구 게임 시장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네오위즈의 지적도 산업적 시각으로 보면 타당하다. 더욱이 ‘슬러거’의 서비스 업체로써 네오위즈가 “KBO 초상권을 독식해 CJ가 ‘슬러거’를 죽이려 한다”는 호소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두 업체가 벌이는 다툼이 정도를 넘어 섰다는 것이 문제다. 누가 먼저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전형적인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두 업체 간의 사업적 다툼의 한도를 넘어 게임계는 물론 KBO, 야구선수 등을 포함한 체육계의 문제거리가 돼 버렸다.

 

게임계 밖에서 이 사건을 보면 아마도 국내 메이저 2 곳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번 다툼의 핵심에 야구 선수 실명과 기록 등을 바탕으로 한 카드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행성과 아이템 판매라는 진흙탕에서 서로를 이기겠다고 싸우는 꼴’이라고 비아냥 거려도 할말이 없어 보인다.

 

양사의 다툼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9월 중순께 본지가 위클리 더게임스(279호)를 통해 ‘CJ인터넷이 KBO와 초상권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독점 보도했을 때 양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두달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여론 재판 양상으로까지 확대된데는 두 업체 모두의 책임이 크다. 본지의 보도가 나간 시점에서 네오위즈가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2달여의 시간이 있었다. 양사가 협상을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에는 충분한 시간였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양사는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CJ인터넷의 독점을 인정하면서 네오위즈가 ‘슬러거’를 정상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들었다. 예컨대 네오위즈가 CJ인터넷으로부터 KBO 선수 데이터의 사용을 허락받고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협상 과정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라고 필자는 알고 있다. 양사 중 최소 한쪽 이상이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으며 여론  재판으로 분위기를 이끈 게 이번 사태의 전부다.

 

치킨 게임의 결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대목이다. 정영종 CJ인터넷 대표나 이상엽 네오위즈 대표는 아마도 사태가 여론 재판으로 흘러 간 데 대해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쯤에서 끝을 내야 한다. 양사가 현 시점에서 우선 할 일은 더 이상의 폭로와 비방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원점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서로 한 발 뒤로 물러 서야 한다.

 

KBO가 그 중재자로 나서면 더욱 좋을 것이다. 언론쪽도 더 이상의 폭로성 기사를 자제했으면 한다. 적어도 게임 산업에 애정을 갖고 있는 매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이들과 산업계를 도와주는 일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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