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우수게임 시상 제도는 지난 1997년 2월에 탄생했다. 2009년 10월 현재까지 계산하면 12년 8개월이 지났다. 개월수로 계산하면 150여 개월이다. 매달 평균적으로 2개 작품을 우수작을 선정 시상했다면 300여 작품이 이달의 우수게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과거나 현재 유명세를 탄 작품 대부분이 이달의우수게임 또는 연말 대상 격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통해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중소 업체들의 등용문이었고, 때로는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통로였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최고의 게임 시상 제도이다.

 

이 상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문화부가 같이 했으니 그 성공의 절반은 문화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문화부가 얻은 것도 많다. 사실 게임의 주무 부처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어 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정보통신부나 과학기술부, 산업지원부 등이 제기하는 부처 역할 논쟁에서 이달의 우수게임은 문화부가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카드였다.

 

필자는 이달의 우수게임 제정과 시행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 봤다. 특히 매달 시행하는 시상식 현장을 가보면 게임 산업에 대한 문화부의 시각과 태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상식을 누가하느냐와 수상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답이 나왔다. 예컨대 1999년 5월에서 2000년 9월 까지 재임한 박지원 전 장관 시절이 ‘황금기’였다.

 

당시 박 전 장관은 매달하는 시상식을 직접 챙겼다. 당시 힘센 장관이라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그였지만 시상식에는 꼭 참석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 가며 업계 관계자들의 민원을 들어주었다. 물론 당시 DJ정부의 국정 목표인 벤처기업 육성과도 맥이 닿아서 그랬겠지만 말 그대로 실세 장관이 이 정도의 정성을 들이니 게임산업 정책은 정부 부처의 우선 과제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박 전 장관 시절에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틀이 잡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몇몇 장관을 거치면서 우수게임 시상식은 차관 행사로 격하됐다. 처음에는 장관과 차관이 상황에 따라 시상식을 갖더니 어느 순간부터 슬그머니 차관 행사로 내려 앉았다.

 

MB 정권이 들어서고 유인촌 장관이 취임하면서 혹시나 했지만 차관 행사로 이어졌다. 아니 이전보다 더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상식을 꼭 매달해야 하느냐” “다른 콘텐츠 시상식과 통합하면 어떻냐” 등등. 시상식의 격하를 기정 사실로 여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상 제도 자체를 흔드는 목소리가 문화부 주변에서 들려왔다. 문화부가 게임을 계륵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지난주 문화부는 우수게임 시상식을 가졌다.  8월과 9월 수상작을 동시에 시상했다. 통상 한달에 한번 열리는 시상식은 이전달 수상자와 함께 상패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변질 돼 버린 것이다. 문화부는 응모 작품이 적었기 때문이라지만 그런 설명이 곧이 곧대로 들려오지 않는다. 더욱이 이날 시상식의 호스트는 유병한 실장이었다. 게임 산업에 대한 문화부의 시각이 장관에서 차관, 실장 급으로 낮아 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유 실장의 업무가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을 총괄하는 자리이고, 문화부 내에서 차관보가 없는 상황이고 보면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할 수 도 있다. 또한 필자가 확인한 시상식장 분위기는 어느 때 보다 좋았다. 유 실장은 30분 이상을 할애해 수상자들을 일일이 독려하고 산업계 현장의 이야기와 고충을 들었다. 시상자는 바뀌었지만 분위기 자체는 문화부가 게임 산업을 벤처의 총아로 떠 받들던 때로 돌아 간 것 같아 좋았다.

 

문화부가 앞으로 매번 이달의 우수게임 시상식을 실장 주관으로 하기로 했다면 어쩔수 없다. 다만 분위기와 내용만큼은 10월 행사 때 수준이기를 바란다.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어야지, 잃기만 한다면 산업계의 박탈감이 너무 클 것 아닌가.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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