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국민의 관심을 끌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국민들은 자기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아놓고도 그가 1년 동안 무엇을 하는지 별 관심이 없다. 자기 지역구 의원이 신문이나 방송을 타면 그제서야 ‘아, 저 의원이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알아채는 정도다. 그래서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해마다 실시되는 국정감사는 의원들에게 좋은 홍보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감철만 되면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은 의원실에서 요구하는 국감자료를 준비하느라 그야말로 ‘일손을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감을 매년 치를 것이 아니라 격년제로 하자는 의견까지 제기한다. 심한 경우에는 폐지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된 것은 제헌 헌법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까지는 헌법으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로 구분해 실시했다.

 

이 제도가 제4공화국 때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가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87년 헌법 개정으로 새롭게 시작된 제 6공화국에 들어와 다시 부활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다시 시작된 국정감사도 벌써 10년이 넘어가면서 일부에서 국감폐지론이 거론되는 등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의 주장은 ▲제헌헌법 당시 잘못 도입된 제도로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회는 국정 감시ㆍ통제기관이지 감사기관이 아니다 ▲국정감시는 상시적으로 해야지 기간(20일)을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 약 2개월 간의 '망국적 국정마비'를 방치할 수 없다 ▲생산적인 결과없이 여ㆍ야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 국회의원의 특권의식을 부추기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계기가 된다 등등 적지 않다.

 

국정감사에 대한 무용론이 일면 타당하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몇가지 문제는 그대로 지나쳐서는 안될 것 같다. 하나는 국회의원들이 홍보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는 사안들만을 찾아 다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질문이 날카롭지 않으니 답변도 그저그런 형식적인 내용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은 4대강 개발과 세종시 문제 등이 전 국민의 관심을 샀다. 하지만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준 ‘스타의원’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잘 알려진 사람들이 그동안 나왔던 뻔한 이야기들을 재탕 삼탕하는 선에서 국감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영화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국감도 재미가 없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게임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려는 의원이 몇몇 있긴 했지만 그 내용이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핵심을 찌르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의 질문은 게임과몰입, 사행성 등 그동안 나왔던 문제들을 새삼스럽게 따져묻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허원제의원 등 몇몇 의원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질의를 던졌지만 여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국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그 가운데 게임에만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허술한 수준의 국감이 계속 될 거라면 차라리 ‘무용론’에 한 표를 던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의원들은 1년에 딱 한번 국감 때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자신의 전문분야를 정해놓고 깊이 파고들고 광범위 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다음 번 국감이 기다려질 것 아닌가.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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