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와 ‘도토리’ 열풍의 주역 유현오 사장을 만났다. 이번에 SK컴즈 사장이 아닌, YD온라인의 신임 대표로 만났다. 이전에 유 사장을 알고 있는 기자라면 당연히 가질만한 궁긍즘이 생겼다.

 

유 사장이 왜 YD온라인에 왔을까?  YD온라인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유 사장이 몸 담기에 YD온라인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SK그룹 인터넷 비즈니스를 좌지우지하던 그로서는 직원 230명에 연매출 800억원에도 못미치는 YD온라인은 구멍가게다.

 

또 하나 유 사장은 올해 50세다. 게임계의 CEO로서 나이가 많다. 유사장이 몸담을 온라인 게임업체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CEO들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게임 업체 전문 경영인으로서 50살은 사실 퇴직할 나이도 한참 지났다.

 

그래서 물었다. 게임업계에 왜 오셨냐고. 유 사장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게임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을 맡게 됐단다. 게임과 인터넷이 사촌 쯤되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 사장은 미국 실리콘 밸리의 경험담을 꺼냈다.

 

유 사장은 지난 2007년 SK텔레콤의 미국 지사로 떠났다. “SK컴즈 대표직을 그만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머물면서 게임이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한국 상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 사장이 2년 만에 불현듯 나타나면서 인터넷이 아닌 게임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다.

 

오찬을 겸한 자리여서 편안하게 이런 저런 말이 오갔다. 1시간 쯤 지났을까. 유 사장이 왜 게임 업계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유 사장은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게임 2.0’을 위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2.0이 있으면 이전의 1.0이 있다. 당연히 게임 1.0은 현재까지의 모습이다. 유 사장은 “개발자가 (뚝딱뚝딱) 게임을 개발해 대박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게임 1.0 시대의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게임 1.0에서 꼭 털어 버려야 할 것은 있다. 게임의 사행성 문제다. 유 사장은 사행성이 대수롭지도 특별한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자동차와 매연에 빗대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매연을 많이 발생한다고 자동차 산업을 포기해야 합니까?”

 

그럼 게임 2.0의 특징은 뭘까. 유 사장은 가장 먼저 게임의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미디어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 했다. 심지어는 마케팅 툴로서의 게임이 부각될 것이란 말도 했다. 현재는 재미와 사행성을 오가는 게임이 문화를 담아 내는 그릇이 되고 심지어는 비즈니스 툴이 될 것이란 말이다.

 

당연히 기술적인 특성도 달라진다. 유 사장은 온라인, 멀티플랫폼,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언급했다. 눈에 띄는 것이 SNS다. 그는 “미디어 소비 형태가 영화나 TV에서 게임으로 바뀔 것”이라며 “싸이월드의 친구 사귀기 같은 SNS가 게임에 결합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SNS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EA, 소니 등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향후 게임의 주요 요소로 보고 있다. SNS는 유 사장 전공이다. 이미 싸이월드를 통해 잘 알고 있어서다. ‘싸이질’과 게임을 결합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아마도 국내에서 유 사장 보다 이것을 더 잘 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이란 키워드를 합치면 유 사장이 생각하는 게임 2.0의 모습이 완성되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 봤다. 

 

당장 유 사장은 새로운 YD온라인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예당온라인’인 아닌 글로벌화된 ‘YD온라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잘 해 낼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유 사장이 싸이 같은 게임을 만들어 낼 것으로 믿는다. 한가지 더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 사장이 게임 산업계의 어른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 진정한 게임2.0 시대는 산업계 자체의 업그레이드 없이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 사장의 연륜과 경력, 인지도를 감안하면 이만큼 적임자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유 사장의 게임계 입문을 두손 들어 환영하며 기대도 많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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