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 방영물에는 연령등급이라는 것이 있다. 관람이나 시청이 가능한 연령을 정해서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에도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것과 성인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분명하게 나눠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용 가능한 연령을 누가 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게임물에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대부분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정한 기관이 이를 맡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게임물에 등급을 부여하는 일이 마치 게임을 통제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몇년 동안 등급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서 의도적으로  막아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아케이드게임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 되다시피 했다. 이는 자유 시장경제의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했다.

 

이처럼 게임물에 대한 등급 결정은 정부가 게임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이는 아직도 게임산업을 미숙하고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제도만 보면 게임을 진흥하겠다는 취지 보다는 규제하겠다는 성격이 더 짙다. 게임물등급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정부의 이러한 의도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게임을 산업적으로 이해하고 진흥할 수 있는 인물보다는 게임을 규제하고 관리하려는 인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등급위원을 추천하는 정부부처는 문화부를 포함해 교육과학기술부·법무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가족부 등 5개나 된다. 여기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이 추가된다. 게임물등급위원을 임명하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이 관여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럽다. 마치 범법자를 심판하듯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인 것 처럼 보여진다.

 

현재 15명으로 이뤄져 있는 등급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법조계와 교육계 인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인적 구성을 볼 때 게임물등급위는 친게임이라기 보다는 반게임 기관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게임위 내에 게임을 잘 알고 산업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적어도 3분의 2는 돼야 한다. 나머지 3분의 1의 사람들이 견제하면 충분하다. 정치계에서 여당과 야당의 역할만 봐도 그렇다. 지나치게 여당이 비대해도 문제지만 야당이 과반수를 넘어서면 정부가 힘을 쓸 수 없다. 지금까지 게임위는 여당은 거의 없고 야당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그래서 다음달 교체되는 2기 위원들은 될 수 있으면 게임계를 잘 알고 부양할 수 있는 여당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더 많이 나와야한다. 이번에 교체 대상인 등급위원은 모두 8명이다. 전체 15명 중에 과반수가 넘는 숫자다. 이 중 전원이 교체될 지 아니면 몇몇이 다시 연임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출범 2기를 맞는 게임위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도 정부가 등급위원회를 통해 게임산업의 방향을 잡고 통제하겠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신선하고 개방적인 인물들이 대거 진입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전향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