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던 90년대말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무라카미 류는 소설 ‘69’에서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말을 좌우명 삼아 죽자고 ‘재미’를 탐구하던 친구들도 상당했을 만큼,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재미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게임 업계는 ‘즐겁게 만들지 않는 것은 죄’라는 각오로 밤낮없이 개발에 여념이 없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세는 이제 게임으로 넘어왔고,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지난 9일, 새로운 아이팟터치를 소개하며 선언하기에 이른다. 아이팟터치가 도대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전화도 컴퓨터도 아니고 ‘게임기기(a great game machine)’더라고했다.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는 이제까지 총 5000만대가 팔렸다. 앱스토어 내 7만5천개 어플리케이션 중 2만개 이상이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타이틀이다. 닌텐도 DS와 나란히 비교하며 애플이 내린 결정은 새 기능 추가 없이 가격을 199달러로 다운시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콘솔, 온라인, 모바일 같은 전통 영역뿐 아니라 SNS 사이트, 심지어 학교 교육에도 G러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게임과의 접목이 진행되고 있다. 펀(Fun)이 모든 산업의 키워드인 세상에서 펀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사회 전반에 속속들이 스며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도대체 재미가 뭔가’라는 질문은 내게 스무살 이래 다시금 세계일주 다음으로 심각한 화두가 되었다. 답은 아직 찾는 중이지만, 나름대로 정한 원칙은 있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것이다.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재미가 뭔지 체감해보지 않은 사람이 재미를 팔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게임만 들여다볼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충분한 재미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혹시 자신이 입만 열면 불만을 쏟고 있진 않은 지,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지 않은 지, 일보다 정치에 몰두하진 않은 지 살펴봐야한다. 즐겁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즐거움까지 반감시키는 독이다.

 

 

박소현 지오인터랙티브 전략사업팀장 shpark@zi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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