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중소 개발사 대표를 만났습니다. 첫 마디가 죽겠다는 이야기였지요. 지지부진한 서비스로 인해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끝내기로 했는데 구두합의만 마쳐놓고 또 다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하소연였습니다.

 

해당 업체가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퍼블리셔측에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지요. 서비스 과정에서 드러났던 운영 능력 부재, 미진한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 등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퍼블리셔는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개발사의 불만을 잠재웠습니다. 잘 할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거였지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계약 관계도 있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도 보기 좋지 않으니 참고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실망감과 배신감 뿐이었습니다. 참다 못한 개발사 사장은 결국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통보했고 역시 또 다른 말로 무마하려던 퍼블리셔는 완강한 개발사 사장의 고집에 결국에는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얼마전 구두합의했습니다.

 

그래놓고 무려 한달이나 해지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개발사는 빨리 해지하고 새로운 퍼블리셔를 찾고자 하지만 이 문제로 아무것도 못한 채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한두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모 개발사에서도 퍼블리셔의 호의적인 자세에 다른 퍼블리셔와의 논의를 종료하고 계약 체결만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만 질질 끌던 해당 퍼블리셔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논의를 중단했습니다. 결국 개발사는 한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극화가 심한 국내 산업계에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입장은 천지차이입니다. 작품이 크게 흥행하면 입장이 뒤바뀐다고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퍼블리셔의 힘이 매우 막강하지요.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사 입장에서는 퍼블리셔의 말에 크게 흔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사가 작품이 뜨면 자꾸 퍼블리셔들과의 관계를 깨려고 하거나 오히려 위에 서려고 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산업계에 중추라 할 수 있는 퍼블리셔라면 중소개발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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