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시절에 각광을 받았던 IT 산업 분야가 MB 정부 들어서는 홀대 받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MB 정부측 인사 중에는 이렇게 이야기한 사람들에 대해서 사업독점권을 부여받아 편하게 지냈던 그룹이라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IT 산업을 홀대하지 않았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로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홀대받아왔다고 느껴왔다. 현 정부 들어서 IT 산업 발전을 견인해온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4대강 개발 등 굵직굵직한 개발 정책에 밀려 IT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뒤로 밀려나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IT특별보좌관이 선임된데 이어 2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와 함께 IT코리아미래전략이라는 회의를 갖고 IT산업에 대한 중장기 육성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에서 발표된 ‘IT 코리아 미래전략’은 IT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IT융합, 소프트웨어(SW), 주력IT, 방송통신, 인터넷 등 5대 핵심전략에 향후 5년간 19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대통령이 170여명의 산학연 IT 관계자를 모아놓고 IT 산업에 관심을 보여줬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산업을 이끌면서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는 IT산업이 이제서야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통합으로 큰틀에서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정책부서가 여러곳으로 분산되다보니 IT산업에 대한 일관성있는 정부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IT 분야의 예산도 크게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IT 산업의 홀대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업계에서는 정통부가 해체되다보니 업계의 어려운 입장을 들어줄 수 있는 부처가 없어진 점에 대해 아쉬움을 느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 기간망을 위협하는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대란은 IT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노출시켰다. 이렇다 보니 IT 업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IT 강국으로서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않았다.

 

MB정부가 IT특보 신설과 IT산업의 미래전략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IT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인정하고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하는등 IT가 국가 핵심 산업임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IT코리아미래전략이라는 총론적인 설계가 나왔다면 이 설계를 완성하기 위해 각론적으로 잘 다듬어서 만든 구체적인 내용들이 속속 발표되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5대 핵심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중장기에 걸쳐 19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점에 대해 IT 전후방 연관 산업의 성장에 미칠 영향도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도 어느때보다도 클 수 밖에 없다.

 

건설밖에 관심이 없었던 대통령이 IT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산업진흥 계획을 만든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까지 나왔던 정부의 정책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는 일회성 홍보로 끝나기 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과 집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이번에 신설된 IT특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순히 IT특보 자리가 대통령 자문이나 부처업무 조정에 그치면 안되고 명실상부하게 정부 내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IT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각료급으로 국가 CTO(기술총괄책임관) 등을 신설한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이제 지난 진보정권의 성공적인 정책인 IT산업육성정책은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 이정부가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원철린 가온게임즈 사장 crwo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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