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부처 관계자를 만나 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특별한 현안이 있어 만났다거나 형식을 요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오랜 지우가 외청에서 본부로 돌아오면서 사심없는 대화의 장을 가진 것이다. 산업계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그 였기에 업계 현안 등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필자의 생각은 일단 크게 빗나갔다.

 

산업이 엄청나게 커졌고 수출 규모 또한 놀랍도록 신장한 데 대해 그는 매우 고무된 듯 했다. 10여년전 과장시절 게임 업무를 총괄했고 나름대로 산업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너무 기운 듯 한 업계의 모습과 구슬이 서말인데도 서로들 개성이 강해 이를 꿰지 못하고 있다는 산업계의 탄식소리도 잘 듣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는 한마디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를테면 게임산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데 기업들이 너무 한쪽만 바라보고, 한쪽에만 눈독을 들이면서 한단계 뛰어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마케팅만 난무하는 산업으로는 대표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 게임계가 지금 호기를 맞고 있다. MB 정부의 정체성에도 걸맞고 역사적인 시대의 흐름도 그렇다. 콘텐츠, 특히 그 가운데 게임은 킬러 콘텐츠이자 핵심 아이콘이다. 분위기를 보면 브레이크 보다는 액세레이터에 발길이 더 잦아질 게 분명해 보인다. 문화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언급했듯이 정부는 게임산업을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해 전략화할 방안을 세워두고 있다.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더 밀어부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장안에서는 정권이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는데 지식산업은 진보성향의 민주당보다 더 앞서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들 한마디씩 거든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산업계가 화답할 차례다. 보름전 김정호 게임산업협회장을 만났다. 안좋은 몸을 이끌고 굳이 미팅 장소까지 왔다. 오랜만에 업계 현안을 주고 받는 가운데 산업 인프라에 대한 얘기를 꺼내들자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얘기의 논지는 이랬다. 게임계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것, 토양이 열악하다는 것, 여기에다 변변한 기업 문화마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나 둘씩 매듭을 풀어가는 심정으로 열심히 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게임계가 화답할 구체적인 내용은 좋은 게임 개발의 노력도 그 것이지만 산업으로써 모양새를 갖춰 나가겠다는 의지의 다짐이다.

 

솔직히 게임계의 현재 모습은 산업계라고 할 수 없다.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우글거리는 손님과 장터만 서 있을 뿐이다. 기초를 다지고 머릿돌을 새기고 차곡차곡 돌을 쌓아 올려야 하는 데 한눈만 팔고 있다. 당연히 역사의식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저잣거리에서 역사가 존재한다면 그 것으로서도 얘깃거리일 것이다. 언필칭 비즈니스만 있고 기업 문화가 없는 산업은 업종이 아니라 업태로써만 존재할 뿐이다.    

 

김회장에게 게임계의 각종 시상 제도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행사들이 정작 당사자인 업체들의 외면속에 주최측의 조촐한 이벤트로 꾸며지고 있는데 대해 그는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보였다.  김회장은 그런 내막까지 세세히 알지못해 부끄럽다고도 했다.

 

결론적으로, 게임계가 정부에 화답할 내용은 이젠 어른스럽게, 책임감있게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이저를 비롯한 공개 기업들이 앞장서 나서줘야 한다. 앞으로 시장에서의 성패는 게임도 그 것이지만 제 몫을 해주지 않을 경우 그 떨어진 기업 함량으로 뭐 한가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하도 기가 막히고 한심스러워서 왜 당신은 나몰라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자신들은 아직 아니라고 대답한다. 왜 당신은 아니냐고 다그 치니까 아직도 자기 회사는 구멍가게라고 발뺌한다. 이 CEO의 기업은 상장 기업에다 연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한쪽만 바라보며  정부의 포지티브 시책의 열매만 따먹겠다는 속셈이다. 왜들 그러나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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