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통솔자에게 매달 월급처럼 현금을 지급하는 ‘족장 지원제’가 다시 실시된다. CCR은 지난해 게임 속 ‘족장’으로 선출된 사람에게 한달에 400만원 가까운 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15세 등급이었던 ‘RF온라인’에서 일반인의 월급보다 많은 현금을 지급하자 사행성 논란이 일었고 이 제도는 지난해말로 끝이 났다. CCR은 오는 9월 ‘RF온라인 : 로드마스터의 출현’ 확장팩 서비스에 맞춰 ‘족장지원제’를 다시 실시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성인물 등급 결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게임위는 ‘등급거부예정 결의’ 결정을 내렸다.  다소 긴 용어지만 요약하면 ‘등급거부를 할 것이니 1주일 내 소명을 하라’는 뜻이다. 동시에 1주일안에 명시된  내용에 대해 수정하는 등 소명을 제대로 하면 재심의를 통해 등급을 줄수도 있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게임위가 논란을 빚고 있는 ‘RF온라인’에 대해 사행성 등을 이유로 등급 거부를 함으로써 서비스를 못하도록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거부’결정을 내린 이유를 보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게임위는 CCR이 심의 신청을 하면서 월간결제 한도(한 개인이 하나의 게임을 이용하면서 아이템 구매 등으로 한달동안 결제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넘겼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월 30만원인 한도를 초과한 것이 등급 거부 사유다. 말을 뒤집으면 이 한도를 30만원으로 수정만 하면 성인등급을 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행성 논란의 핵심으로 여겼던 ‘족장지원제’에 대해서 게임위는 개별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논외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CCR은 한차례 심의 신청서만 수정하면 성인등급을 받아 게임위의 허락을 받아 게이머에게 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족장 지원제는 게임 산업계 내부에서 조차 찬반이 분분한 사안이다.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마케팅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의 핵심 논리는 사행성에 대한 우려다. 게임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끝나야 되는데 족장이라는 게임속의 위치를 차지하면 곧바로 현금, 그것도 웬만한 월급보다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물론 필자 개인의 好不好를 말하자면 반대다. 게임은 게임에서 끝나야 한다. 그것이 돈으로 연결되고,  그것도 공개적으로 현금이 지급된다면 곧바로 사행성이 문제가 된다. 또한 이런 게임이 많아진다면 어렵게 게임성으로 승부하지 않고 쉽게 사행성 마케팅으로 사람을 모으고 인기를 끌려는 게임이 많아 질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그레샴의 법칙처럼 나쁜 게임들이 좋은 게임들을 몰아내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들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RF온라인’에 대한 등급심의는 게임위로 대표되는 정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결국 게임위는 찬성하는 쪽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족장지원제는 게임의 내용과 관계 없는 것인 만큼 게임위의 판단 사항이 아니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게임위의 이같은 입장은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RF온라인’의  등급보류 사유인 ‘월간 결제한도 초과’나 족장지원제는 모두 게임 외적인 것이다. 엄격히 말해서 게임위가 게임의 내용만으로 판단하고 외적인 것은 심의 사항이 아니라고 한다면 월간 결제한도 30만원 규정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위는 ‘RF온라인’ 심의에 있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필자가 보기에 더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선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반면 30만원 규정은 고수하려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필자의 의견을 말한다면 게임위는 단순히 게임 자체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또한 방점을 찍는 곳이 바뀌어야 한다. 월간결제한도 규제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입장을 취하더라도 사행성으로 확산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현금지급 마케팅’같은 것은 엄격히, 더 막아야 한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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