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제4회 국제 e스포츠 심포지엄’ ‘신한은행 프로리그’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등 e스포츠 관련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e스포츠는 1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청소년들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독자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게임산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막대하다.


일부에서는 e스포츠가 게임과몰입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관람의 측면에서 e스포츠는 오히려 게임과몰입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참여의 측면에서는 이미 국민 여가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게임’이라는 여가 생활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한국 e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이들의 창의성과 열정 덕택에 대한민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인정받으며 해외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참으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균형을 깨고 미래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균형보다 더 안정적인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균형점 도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변 확대와 시스템 정비가 급선무다. 이는 결국 오랜 구호인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화’가 달성될 경우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식 체육종목화를 목표로 생각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과정으로 생각할 때 e스포츠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체육종목화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을 e스포츠 발전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e스포츠계 내부의 인식 변화와 구체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e스포츠에 부정적인 보수적인 체육계를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과 설득 작업도 필수적이지만 체육회 가맹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작업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내부 변화를 위한 노력과 외부 변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e스포츠와 같이 마인드 스포츠의 하나인 바둑의 경우 10여 년에 걸친 단계적인 노력을 통해 지난 2월 대한체육회 정가맹 경기단체 승인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최근 정부, 국회는 물론 체육계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례로 국민생활체육회의 이강두 회장은 e스포츠를 생활체육의 종목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e스포츠의 생활체육화는 학교, 지자체 내 e스포츠 활성화를 통해 아마추어 저변을 확대시켜 현재의 프로 시장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e스포츠계가 각계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적극 활용하여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면 대한체육회 가맹도 요원한 일이 아니다.

 

지난 해 출범하여 올해 4월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e스포츠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e스포츠연맹(International e-Sports Federation : IeSF)’도 새로운 균형점 도달을 위한 하나의 구체적인 변화의 결실이라 평가하고 싶다. 표준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국가 간 교류와 조정의 구심점이 되어 줄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적 조직의 존재는 대한체육회 가맹 조건이기도 하다.

 

당장 눈앞의 세상이 전부는 아니다.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저 멀리에 있는 새로운 것을 보고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e스포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변화를 꿈꾸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수록 e스포츠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귀는 항상 변화의 목소리에 열려 있을 것이다.

 


김종율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 jykim432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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