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국 상하이에 갈 기회가 있었다. 상하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의미를 주는 곳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다. 일제의 암울했던 시기에 임시정부는 조선인의 희망이었고 끈질긴 저항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해 있는 국제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게임인들에게는 매년 7월에 열리는 ‘차이나조이’ 전시회를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가 벌써 7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가보게 됐다. 첫 느낌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라는 것이다. 정말 사람들이 넘쳐났다.

 

모두 세 개의 전시홀에서 열린 차이나조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아무래도 첫번째 전시홀이었다.  이곳에는 들어서자 마자 사람들에 가로막혀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지스타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들었다고 해도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인들은 차이나조이를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미국의 E3와 일본의 도쿄게임쇼에 이어 자기들이 3대 게임쇼의 위상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만의 아전인수격인 자랑일 수 있지만 양적인 측면으로만 봤을 때는 할 말을 없게끔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지스타의 규모를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물량공세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곳을 찾은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몬스터헌터’ 짝퉁게임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곳에 와서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며 “막상 와서 보니 겉만 베낀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중국인들에게 딱 맞게 고쳐 놨더라"며 놀라워 했다.

 

중국 게임계의 발전은 차이나조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캐릭터 등 일러스트 제작자들이 매년 개최하는 세계적인 행사가 있는데 지난해 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었는데 올 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우리를 밀어내고 상위권에 성큼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단순한 짝퉁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들만의 수준높은 창작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됐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음 달에는 독일에서 ‘게임컨벤션온라인(GCO)’이라는 페어가 열린다.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콘솔과 온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전시회였다가 올해부터 온라인게임 전문 전시회로 탈바꿈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최대규모로 이 전시회에 참가한다.

 

우리나라의 지스타와 중국의 차이나조이, 그리고 독일의 GCO가 세계 온라인게임 전시회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세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를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나 독일에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물론 차이나조이나 GCO가 아직 우리의 경쟁 상대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차이나조이의 경우 국제전시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자국인들을 위한 잔치에 그치고 있다. B2C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나 매끄럽지 못한 전시회 운영, 영어를 사용하는 관람객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이 여전히 눈에 거슬린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 유명 게임의 짝퉁들을 버젓이 내놓고 있는 것도 차이나조이의 한계점을 보는 듯했다. 독일의 GCO도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때인가. 우리만의 경쟁력, 우리만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그들에게 덜미를 잡힐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정말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지스타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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