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가장 유명한 외국 게임 개발사는 아마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하며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개발사’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블리자드가 세계 최고의 개발사로 우뚝 서게 된 데에는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는 창업자 마이크 모하임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상사’로 불리기 보다는 ‘동료’로 느껴지는 것을 더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 사내 밴드그룹에서 베이스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등 격의 없는 행동으로 직원들과 어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료애 만으로 그가 지금의 블리자드를 만든 것은 아니다. 과감하면서도 신중한 결단력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블리자드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것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걸작을 우리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스타크’가 출시될 당시 우리나라는 IMF라는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거가 사업이 망해 거리를 방황했다.

 

그 때 특별한 사업아이템이 없던 사람들이 PC방을 창업했고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떼돈을 벌 수 있었다.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수천개에 불과하던 PC방이 순식간에 2만여개로 늘어날 정도였다. 또 ‘스타크래프트’는 수백만명이 즐기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게임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블리자드는 단순한 게임개발사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회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에 대해서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블리자드가 매우 폐쇄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와 ‘WOW’ 등을 통해 국내에서 많은 수익을 올렸으면서도 나눔에는 다소 인색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09’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단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블리자드가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놓고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스타크래프트2’를 사전에 홍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물론 게임업체가 자사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오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행사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나온다고 하니 심정적으로 서운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최근 중국에서 ‘WOW’의 퍼블리셔를 바꾼 이후 전 퍼블리셔인 더나인에 소송을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블리자드는 ‘스타크2’와 관련해 e스포츠업계에 저작권료와 중계권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은 너무 성급하고 일방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작은 것에 욕심을 내다보면 오히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2’의 저작권료를 요구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더 많이 보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e스포츠를 통해 ‘스타크2’가 널리 알려진다면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판매가 늘어날 것이니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먼저다. 또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되돌려 주는 일에도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직원들을 ‘부하’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듯이 한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기업이 아닌 친근한 동료 같은 블리자드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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