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계에서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건의 굵직한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지난 9일 성남 분당에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문을 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6일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그린 게임 캠페인 발대식’이다.


이 두 행사에는 정부와 정계를 대표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정도의 거물급 인사들이 찾을 자리가 아닐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고 위원장은 축사를 하면서 게임업계와 맺어진 개인적인 인연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고 위원장은 허브센터 개소식에서 “막내 사위가 게임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월급이 백만원도 안된다”며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주일여가 지난 후 다시 참석한 그린캠페인 발대식에서는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고 위원장은 “내가 공식석상에서 막내사위가 게임업체에 다니는데 월급이 백만원도 안된다는 소리를 했더니 사위가 지난주에 찾아와서 그런 말씀을 하셔서 곤란하게 됐다고 하소연을 했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게임업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데도 게임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격려하고 싶어서 한 얘기라고 했다.


고 위원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도 게임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비춰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아무리 고 위원장이 막내사위를 두둔하고 기특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가 백만원도 안되는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직원들에게 한달 월급으로 수백만원을 주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백만원도 주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회사가 있다. 극과 극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NHN 한게임, CJ인터넷 등 상위권 업체들은 매 분기마다 최고의 실적을 경신하는 등 휘파람을 불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생존과 사활 여부를 놓고 몸부림치는 중소게임업체들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 뿐만 아니라 제조산업에도 선두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있는 것이고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갈등도 빚어지고 문제점도 자주 발생한다.그러나  중소기업이라는 든든한 뿌리가 없이는 대기업도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산업계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최근 제조산업계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인식 변화는 게임업계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메이저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수익배분을 고집하거나 애써 만들어온 게임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등 적지않은 횡포를 부려왔다고 생각한다.

 

또 공들여 키워온 직원들을 빼가는 일도 다반사였다는 피해 의식이 크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중소업체들의 몰락과 이로인한 메이저들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 메이저가 중소업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수두룩하다. 영세한 개발스튜디오에 대한 선투자와 기술지원,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 메이저와 중소업체가 함께 힘을 합쳐 파이를 키워나갈 일은 얼마든지 있다.

    
협회가 그린 게임 캠페인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겠다고 한다. 물론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메이저들이 앞장 서서 중소업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사업을 벌이는 일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