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게임시장을 들여다 보면서 이 시장을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게임개발업체를 경영하다보니 코끼리의 뒷다리만 만지면서 코끼리를 다아는 것처럼 행세하지 않았나하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영세한 게임개발업체들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제야 알게 됐다. 흔한 말로 게임개발업체는 게임만 잘 만드면 되지 않느냐 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서민을 울리는 악덕 대부업체들의 횡포에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뉴스가 남의 일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영세한 게임개발업체와 퍼블리싱업체간의 관계를 들여다 보면 대부업체와 영세한 서민과의 관계와 비슷한 실정이다.


일단 자금이 부족한 게임개발업체들은 게임개발과정에서 작품을 실 개발자금에도 못미치는 자금을 받고 퍼블리싱업체에 입도선매식으로 팔고 있다.


실례로 모바일게임의 경우 잘해야 4∼5000만원선을 받고 게임의 퍼블리싱을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개발업체들은 게임이 실제로 서비스되기까지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할 뿐만아니라 서비스된 이후 빌린 자금의 배이상의 이익이 생기기 전까지는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영세한 서민들이 대부업체들의 돈을 빌린 후 부채를 갚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듯이 개발업체들도 퍼블리싱업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퍼블리싱업체들의 이익을 다 챙겨주다 보면 개발업체들이 실제로 게임을 개발해서 얻은 수익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또다시 퍼블리싱업체에 손을 벌리게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속된말로 ‘대박’치는 게임을 개발하면 되지 않나 하지만 영세한 개발업체입장에서 한두편의 게임을 개발해서 대박게임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에 퍼블리싱업체에 의존하는 관계를 끊기가 쉽지 않다.


또한 모바일게임개발업체로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게임을 개발해도 통신서비스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질높은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명목하에 교묘한 검열장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체들은 게임평가단을 운영하면서 게임 서비스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게임평가단의 평가는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지 못할 뿐아니라 평가단을 통과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느것도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통신서비스업체들의 게임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과정에서 게임개발업체들은 시간과 비용을 적지 않게 쓰고 있다.


누구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이야기해봐야 고칠 수 없는데다 당장 퍼블리싱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의 눈밖에 나서는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영세한 게임개발업체들이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가 아니냐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영세한 자금력에 개발인력 몇 명두고 대박을 노리는 업체들도 없지않는 등 게임개발업체들의 문제점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개발업체들이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제점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퍼블리싱업체와 게임개발업체간에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투자에 대한 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불평등한 계약부터 고쳐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신서비스업체들의 게임평가를 없애는 한편 애플이 시도한 앱스토어라는 마케팅정책처럼 누구나 자유스럽게 게임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통신서비스망을 오픈, 게임개발업체들이 게임을 쉽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 아닐까 싶다.

 

 

원철린 가온게임즈 사장 crwo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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