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가 방한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퍼즐게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테트리스’의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노프였다.

 

5가지의 퍼즐을 쌓고 없애는 이 단순한 게임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말 그대로 대작이다. 지난 15년간 공식 라이선스 제품으로만 7000만 카피가 넘게 팔렸을 정도다. 플랫폼도 가리지 않는다. 오락실 게임기부터 콘솔, 모바일, 온라인까지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이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시장 트렌드에 미친 영향도 매우 크다. 디지털 퍼즐게임은 ‘테트리스’ 이전과 이후로 분류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작품들이 시장에 넘쳐났다. 이러한 파급력 때문일까. 파지노프의 방한은 게이머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테트리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파지노프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상반된 의미의 두가지 단어를 꺼내 들었다. ‘보편성’과 ‘독창성’이 바로 그 것이다.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되 문화적인 이질감을 주지 않는 보편성을 가져야 세계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이같은 지론은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현실은 어떤가. 문화적 보편성을 담고 있는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반대로 차별화된 독창성 있는 작품도 만나보기 쉽지 않다.

 

하나의 장르, 하나의 트렌드가 시장에서 성공하면 너도나도 비슷한 컨셉트의 작품을 쏟아내기 바쁘다. 모든 개발자들이 기존 작품의 컨셉트를 차용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거대한 시장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작품을 기대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파지노프가 전수해 준 이같은 노하우가 후배를 위한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따끔한 충고로 들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5년전 이름 없는 컴퓨터 공학연구원였던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전설의 명작 ‘테트리스’란 게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이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더게임스 김명근기자 dionys@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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