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은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여가 활동이 되었고, e스포츠라는 단어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변화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특히 경제적인 측면이나 마케팅 도구로서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e스포츠 선수와 게이머들은 IT 분야에서도 가장 먼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사용하는 그룹, 즉 얼리어답터이며, 게임 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부품부터 키보드, 마우스 등 주변 기기까지 게임 환경에 적합한 제품들의 테스트를 먼저 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가장 빠른 CPU와 가장 선명한 그래픽 카드가 나오면 게이머가 그 성능을 평가하며 그 평가 의견이 웹을 통해 커뮤니티로 전파돼 신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18세부터 34세까지의 남성이 주를 이루는 집단이므로 유스 마케팅이 가능하고 강력한 구전 효과가 발생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렇기에 이들은 현재의 영향력 있는 소비자일 뿐 아니라 미래의 큰 고객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기업들에 있어 매우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e스포츠는 2010년까지 연 평균 28%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급격하게 자라나고 있다. 국제적인 규모의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도 10년 가까이 매년 개최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여러 기업들이 WCG를 후원하면서 게이머 집단을 통한 기업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WCG 2007년 대회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다. 컴퓨터와 콘솔 게임으로만 이루어졌던 대회에 모바일 게임 종목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WCG 삼성 모바일 챌린지’였고 시범 종목으로 진행되었던 2007년을 거쳐 2008년 대회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삼성전자가 ‘WCG 2008 삼성 모바일 챌린지’에 휴대폰을 지원하면서 얻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펼쳐진 예선전을 통해 각국 주요 미디어에 노출됨은 물론 각국의 예선전에 참여한 참가자 및 관람자들을 통해 폭 넓은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대회는 게임 경기를 통해 삼성전자의 잠재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 휴대폰의 최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경기를 관람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아니라 e스포츠라는 공통 분모 아래 모인 이들을 겨냥해 독일에서 개최된 지난 WCG 2008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여러 IT 분야의 선두주자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대회를 지원했다.

 

행사장 내에 부스를 설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레이저, 써멀테이크를 비롯해 필립스에임비엑스는 최첨단 게이밍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했고 AMD는 ‘AMD 챌린지 블랙’이라는 온라인상의 게임 대회를 WCG와 개최하는 등 e스포츠를 통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넣기 위해 삼성전자는 849억 원을 동원했다. 전통적인 스포츠 중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와 e스포츠를 비교하는 것이 너무 앞서가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브랜드 노출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는 마케팅으로서의 효과를 따져 본다면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도 e스포츠가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앞으로 기업들이 e스포츠 토너먼트를 마케팅 장으로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형석 월드사이버게임즈 사장 hkim123@icm2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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