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아케이드 게임계가 도박 오락기 ‘바다이야기’로 인해 초토화됐지만, 그래도 인정미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 다름아닌 그 곳이다. 어려우면 함께 나누는 맛을 알고 동종업체끼리의 의리도 남 다르다.

 

잔정이 많아서 어렵다고 손을 내밀면 외면하는 법이 거의 없다. 유니아나 윤대주사장, 안다미로 김용환 사장이 그런 사람들이다. 김사장은 이쪽 업계의 신사로 통한다. 10여년을 겪어온 그지만 자신에 대한 민원이란 걸 내밀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너무 깔끔해서 탈일 정도다. 


윤대주사장도 그렇다. 만나면 산업 얘기가 전부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늘 목청을 세운다. 또한 자신이 던진 말에는 반드시 지키고 책임지려는 사람이 그다. 두 사람은 그 런 것들을 업계 선배들로부터 체득했다고 했다.

 

업계 선배라 해서 어찌 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래도 업계의 풍토는 나눔과 품앗이가 통용될 만큼 그렇게 따뜻했다고 했다. 그 연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업계의 업력이고 연조였다.


예전에 음반계를 취재하던 시절이었다. 음반계 모임에 가 보면 늘 상석 주변은 비어 있었다. 상석이 차지 않으니까 관계자들이 좌석을 채우지 않고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물어봤더니 그 자리는 원로, 선배들의 자리이고,그들이 당도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참이라고 했다.


업력을 바탕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었는데 그것을 법도처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잘 나가는 기업들도 연륜이 짧으면 말석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그게 흉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하나 하나씩 버리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고 묻어 나갔다.


왠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를 끄집어 내느냐고 하겠지만, 바로 이런게 산업계의 전통이고 또다른 풍토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3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음반산업은 반세기가 넘어 한세기를 앞두고 있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그들은 장점을 취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업계 전통과 문화를 계승·창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온라인게임계에 대한 타산업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예컨대 벤처정신보다는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곳이라고 한다. 산업은 있는데 주인이 없다고 한다. 영화계는 위기때면 똘똘 뭉치는 데 이곳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흩날리기만 한다고 한다.

 

조금 크면 돈 보따리를 잽싸게 챙겨 뜨는 곳이 다름아닌 온라인 게임계라고 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실종된지 오래라고 했다. 한마디로 돈과 말만 넘실대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태생적인 한계가 세상밖으로 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체질로 보면 내성적인 B형에 가깝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보다는 업력과 연조가 부족해서 생긴 낯가림 때문에 빚어진 것 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본사 창립기념으로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과 대담을 가진 적이 있었다. 10여년 지기지만 그가 게임 산업계에 그처럼 애정이 깊은 지는 솔직히 그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드러내놓고 표현을 못해 왔을 뿐이다. 김사장은 그러면서 더게임스와 함께 하나씩 해 나가자고 했다. 전통과 풍토를 만드는 진행형의 산업이 지금의 온라인 게임계가 아니냐고도 했다. 


그렇다. 산업의 나이테였다. 온라인게임계는 이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미소년이었을 뿐이다. 사춘기를 앞둔 소년에게 주변에선 너무 많은 걸 요구해 온 셈이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그만큼 기대와 관심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12∼13개의 나이테를 가진 성장나무인 것 만큼은 부인키 어렵다. 지금은 자양분을 더 흡수하고 하늘을 향해 더 치솟아야 할 때다.


어찌보면 불쑥 큰 키만 들여다 본 채 성인 덩치 만큼의 과제만 안겨왔는지 모를 일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풀려가고, 과제도 해마다 줄어들 터인데 말이다. 그러다보면 업력과 전통이 생기고 산업계의 나이테도 깊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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