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작은 광고 한편 이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PC게임이 PC방의 등장과 함께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1999년 ‘쌈장’ 이기석이 인터넷 서비스 코넷 광고에 등장하며 국민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이다.

 

전국에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프로게이머라는 다소 생소했던 타이틀은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게임의 부작용 및 프로게이머의 짧은 생명력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때 임요환이 등장했다. 이는 2~3년이 아닌 10년이라도 활동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능하게 했고 선수로는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기록하며 한국 e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한국 e스포츠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옛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정보화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전체 인터넷 이용 인구 943만 명 중 19.5%인 183만 명이 게임 목적 이용자였는데 2006년에는 3412만 명 중 절반 이상인 1894만 명(55.5%)이 게임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목도 늘어나 한국e스포츠협회 설립 당시인 2000년에는 ‘스타크래프트’ ‘피파’ ‘철권’ ‘위닝일레븐’ 등 4개였던 공인 종목이 2008년에는 22개로 늘어났다. 종목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전략 시뮬레이션, 스포츠에서부터 FPS, 레이싱은 물론 리듬 액션, MMORPG와 같은 장르의 작품도 종목으로 추가돼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해졌다. 또한 많은 기업들에 마케팅툴로써 게임이 부각되기 시작해 11개의 프로구단이 탄생됐고 300여명의 프로게이머들이 활동하며 우리나라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거쳐 명실상부한 e스포츠 종주국으로 발돋움했고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할 수 없다. e스포츠 업계 관련자들은 보다 많은 사람이 더욱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작년부터 한국 e스포츠의 화두를 ‘저변 확대’로 잡고 있다.


WCG는 e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07년부터 MMORPG인 ‘붉은보석’을, 2008년에는 리듬액션 게임 ‘기타 히어로’와 모바일 게임 ‘아스팔트4’를 공식 종목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보다 다양한 게이머들이 WCG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팬 층도 두터워 졌다.

 

올해 실시한 WCG의 발전을 위한 의견 제시 이벤트에서도 더욱 다양한 종목을 포함시켜 달라는 많은 요청이 들어왔다. WCG는 2009년은 물론 향후에도 캐주얼 게이머, 여성 게이머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이와 같이 다양한 게임을 종목화할 예정이다.


e스포츠의 저변 확대는 한국이 게임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한국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MMORPG 장르의 경우 e스포츠 종목화에 있어서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이런 MMORPG를 전략적으로 e스포츠 종목화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면 한국 게임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한국 e스포츠는 남부럽지 않은 성장을 해왔지만 여전히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현재까지 축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고 인기 종목인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게임의 대중화를 통한 저변 확대를 이루고 관련 업계가 협업하여 e스포츠의 지속적인 진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리해야 한국의 e스포츠가 세계 e스포츠를 이끄는 틀을 만들고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확실한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형석 월드사이버게임즈 사장 hkim123@icm2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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