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수장이 우여곡절 끝에 바뀌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었는데 정부가 평지풍파를 일으킨 탓이다. 그런데 문화부와 감사원이 합작해 얻은 전과 치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한번으로 끝낼 수 있는 위원장 호선을 놓고 두번씩이나 위원들을 소집했으니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 됐다. 이런 걸 두고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했던가.


임기만료를 불과 8개월여 앞두고 있는 현직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끌어내려야 할 만큼의 긴요하고 요직인 곳이 게임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자리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예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위원으로 있던 시절, 김수용위원장은 “국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없었으면 벌써 내 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그만큼 외롭고 힘든 자리임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김위원장은 그러면서 “군림하겠다는 자세와 대우 받겠다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혜안만을 믿는 교만함으로는 절대 신뢰받을 수 없다”며 위원들에 대한 자질론을 폈다. 항상 피곤하고 지쳐 보였던 그였지만 자상하고 따뜻하게 위원들을 이끌었던 덕장이었다. 솔직히 규제기관의 위원장직에 대한 소회는 그 정도였을 뿐이다.


이번 게임위원회 호선 파동 소식을 접하고 느낀 점은 위원들의 품성이 생각밖으로 녹록치 않구나 하는 점이었다.


그동안 정부가 산하기관 위원장으로 지명해 내려 보내면 잡음없이 ‘무사통과’돼 온 게 이쪽 관행이었다. 정부 소유의 지분율도 그렇고 , 사전 인물 검증을 통해 결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한 순간 뒤집어 졌다. 게임위의 위원들이 정부의 거수기가 아니라며 신임위원장의 일방적 호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낙하산이 아니라 진짜 호선을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자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측 관계자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때아닌 ‘쿠데타’가 일어날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위원들은 결국 지난 18일 정부의 체면을 생각해 호선 선출에 눈을 감아주긴 했지만 그들의 행동은 가히 파격적이고 의외였다.


그런 내막을 아는 까닭에선지 당장의 오늘보다는 8개월 이후를 걱정하는 게임인들이 의외로 많다. 예컨대 1기 위원들이 퇴임하고 새롭게 보임되는 위원들로 채워질 경우 상당히 우측으로 기울 것이란 우려가 바로 그 것이다.


때 아니게 무슨 색깔론이냐 하겠지만 신임 위원장의 성향으로 말미암아 게임계에선 벌써부터 등급심의가 까탈스러워 질 것이라며 아우성이다. 그나마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그가 실세에다 균형 감각을 갖추고 있어 소신있게 위원회를 이끌 것이라는 점 뿐이다.그렇다면 적어도 형평성에 맞춘 위원 선임이 이루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낙하산 인사가 계속될 것이란 시각이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곧 출범할 통합 콘텐츠진흥원의 수장도 이미 내락돼 있다는 설이 업계에 파다하다. 방송사 출신의 P씨와 L씨 등이 오르내리고 있고, 중견언론인 K씨의 내정설도 모락모락 흘러 나오고 있다. 업계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고위관료 출신인  Y씨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현실성은 거의 없다.


게임위원회 호선 파동이 또다시 재현되서는 곤란하다. 그 것은 정부의 령이 안서는 것일 뿐 아니라 체통을 구기는 일이다. 참여정부 시절 코드인사를 그렇게 문제삼던 MB정부가 낙하산 인사로 세찬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 잃을 것도 없다며 계속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참여정부의 인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가. 그 선택은 순전히 MB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과거로 회귀해선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금의 현실은 경제를 살리고 산업계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를 움직이고 신명나게 하는 일은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것임을 MB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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