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KAOGI)가 차기 회장으로 결국 김정호 한게임 대표를 선택했다. 매번 협회는 새로운 수장을 추대할 때마다 회장을 맡겠다는 인물이 선뜻 나서지 않아 진통을 겪어왔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말부터 외부 인사 영입을 목표로 물밑 작업을 통해 지난달 이사회에서 어렵사리 박양우 전 문화부 차관을 추대했지만, 갑자기 박 전차관의 고사로 미궁에 빠져들기도 했다.

 

히든카드로 내세운 김정호대표가 이를 수락, 파국만은 막았다지만 관련 업체 수천개에 달하는 업계에 선뜻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노라면 문제가 많아도 한참 많아 보인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 게임업계의 답답한 현실이다. ‘나 살기도 바쁜데 협회는 무슨’이란 소리가 공공연히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할말을 잃는다. 물론 올해 경제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유사시’라는 현실에서 보면 협회장직을 맡을 사람이 없다고 딴죽거는 것 자체가 사치스런 일일 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산업이 있어야 사업이 있고, 협회가 있어야 곧 산업이 발전한다. 업계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업계 공통의 고민과 애로 사항을 대변해줄 창구마저 없다면 산업이 올곶게 굴러갈 리 만무하다.


특별한 이득이 없어도 협회는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단체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지’라는 식의 논리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이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협회장은 하고 싶다고 하는 자리도 아니며, 다들 하기 싫다고 자리를 비워도되는 게 더욱 아니다.

 

선뜻 나서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면 당연히 선발업체군에서 누군가가 ‘총대’를 매줘야 마땅하다. 업계에서 협회장 후보하나 내지 못하는 산업을 누가 곱게 보겠는가.


업계를 위해 희생하기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새 집행부에 전폭적으로 힘이라도 실어줘야 한다. 참여도 안하고, 지지조차 안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생각이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김정호체제는 내달 1일 공식 출범하게됐다. 의욕을 갖고 새 출발하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숱한 난제들이 눈덩이처럼 쌓여있다. 이 난관은 회장 혼자 힘으로 돌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모두가 응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협회가 살고, 산업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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