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마오쩌둥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혁명가로 꼽히는 덩샤오핑이 가장 가고 싶어한 곳은 다름아닌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이었다.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을 제일 보고 싶어 했고, 존듀이의 실용주의 철학을 가장 신봉한다고 했다.

 

1979년 그가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가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언뜻 방문국 예우 차원의 외교적 언사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 것이 아니었다. 등샤오핑은 정말 그랬다. 그가 남긴 흑묘백묘론도 이때 나온 것이다.

 

생사고락을 넘나드는 등 와신상담 끝에 집권한 덩샤오핑은 곤궁하고 낙후한 중국의 근대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와함께 고립된 중국의 대외 신인도를 높여야 하는 시대적 소명도 수행해야 했다.

 

그가 말 그대로 적성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의 방중 계획을 수락하고 자신의 방미 일정을 잡은 것은 모두 이같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쥐를 잡는 데 흰고양이면 어떻고 검은고양이면 어떠냐는, 당시 상황으로 보면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덩샤오핑은 이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 제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한편 유엔에서는 안전 보장회의 이사국의 직위를 획득하는 등 혁혁한 성과를 얻어낸다. 그가 그러한 실용주의적 개혁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골드 차이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 모를 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게 세계 경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현실을 살펴 보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실용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MB정권이 잇달아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실물 경제에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 이유는 다수당인 여당이 여전히 겉돌고 있고 실용정부란 정권의 정체성에 걸맞게 일할 사람이 태부족해 숨을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다 여당 일각에서는 때 아닌 채색에만 혈안이 돼 있고, 경제를 살리자는 데 흰고양이 내지는 검은 고양이 분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대선이 끝난지 벌써 1년여가 넘었음에도 불구, 논공행상의 향수에 매달려 정부와 산하기관들을 뒤흔들고 있다. 그 때문인지 새로 출범하는 기관들엔 정치인들의 하마평이 무성할 지경이다.

 

넋나간 일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과 행정 능력을 갖춘 적재적소의 인물이 정치인이라 해서 안될 것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고 해서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낸다면 그건 곤란하다. 반대로 전 정권에 몸 담았다고 해서 발탁 인사를 주저한다면 그 또한 아니될 말이다. 주지하다 시피 솔직히 지금은 그렇게 한가로울 때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정권 수립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어찌보면 실용정부가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쏠린 편중 인사를 해 오지 않았나 싶다. 행정부의 인맥 풀이라는 것이 제한적이고 엷다는 것도 약점이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쓸 수 있는 대안은 탕평책 밖에 없다고 본다.

 

경제만 바라보고 경제만 살리겠다고 하면 자신의 수족은 아닐지언정 그 쪽의 ‘선수’를 붙이는 것이다. 또 의욕을 가지고 기관 통합을 추진했다면 그 통합의 명분에 걸맞은 인사를 발탁해 쓰면 될 일이다. 지엽적인 얘기지만 정부가 게임위원회의 민간기관 이관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사령탑도 그 정신에 투철한 사람을 찾아봐야 한다. 여기서 옛사람, 현재의 내사람을 굳이 가려 쓰지 말자는 뜻이다.

 

덩샤오핑은 미국과의 국교를 수립하면서 대만과의 단교를 미국측에 요구했지만 대표부를 두겠다는 미국측의 주장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 까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그것이지만 대만과의 관계 설정을 무리하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이상과 명분보다는 실리와 이득을 추구하겠다는 덩샤오핑의 철저한 실용정신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쪽 눈으로만 보면 기울기 마련이다. 지금은 흑백 유무를 가리고 그 쪽사람 내쪽 사람을 분리할 때가 아니라 적재적소의 인물을 찾고 그를 발탁해 일으켜 세워야 할 위기국면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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