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선임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3기 집행부를 이끌어 온 권준모 회장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됨에 따라 산업계가 또다시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협회 회장 선임을 놓고 ‘산업계의 난제(難題)’라고 표현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은 게임 산업계의 오래된 ‘고사(固辭) 관행’때문이다. 연간 산업규모 5조원대, 수출규모 10억 달러에 달하는 산업계를 대표하는 회장은 분명히 명예롭고 해 봄직한 자리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산업계 리딩 기업들의 대표자들은 한결 같이 이 자리를 사양했다. 특히 게임 산업을 통해 일가를 이룬 창업주들은 한 사코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넥슨 김정주 대표, NHN의 최휘영 대표 등은 후보 대상에도 오르지 않고 있다. 일견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고사 관행은 회장 선출을 ‘시한 폭탄 떠 넘기기 게임’처럼 불려지게 된 요인이 됐다.


이번 4기 회장 적임자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협회의  세번의 시도가 결코 깔끔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3기에 걸친 회장들이 나름대로 뚜렷한 성과를 거뒀지만 산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회장으로서 소신있는 정책을 펼쳤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적지않다


14일 개최되는 협회 이사회를 통해 회장 선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이사회가 물밑 작업을 해온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사들의 대표들이 회장을 자임하는 상황이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아마도 차선을 내놓을 것이고, 현재까지의 주변 정황을 보면 박양우 전 문화부 차관의 영입이 이사회가 준비한 ‘A 플랜’인 것 같다.

 

박 차관의 경력이나 무게감을 감안하고, 산업계의 향후 과제나 현재 업계 판도 등을 저울질하면 이 카드는 차선책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 조건은 있다. 현재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20대 기업의 실질적인 대표자들이 박 차관을 중심으로, 현안을 논의하고 업계 과제를 수행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B 플랜’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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