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올 겨울은 예년의 그 때보다  더 추울 것 만 같다.안팎의 경제 사정이 그렇고 살을 부딪끼며 살아가는 세상의 법칙이 더 각박하게만 돌아가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잿빛 하늘이다.

 

올 들어 유난히 눈 비가 많이 내리는 연유도 그 때문일까. 가슴이 따뜻한 사람에게는 눈꽃 세상이 열려 좋겠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속절없이 연출되는 을씨년한 겨울 풍경일 뿐이다.


산업계의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다. 그 가운데 10여년의 성상을 쌓은 게임계가 무려 10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한 것은 대단한 결실이자 성과이다. 지난 71년 대한민국의 전체 수출이 10억달러였다. 이는 또 게임계가 1억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한지 불과 9년만의 일이다. 콘텐츠 부문에서 두자릿수 수출기록을 달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며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새롭게 평가돼야 할 쾌거다.


‘바다이야기’ 파문이란 전대 미문의 사건으로 인해 크게 움츠렸던 게임계가 그 충격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것도 큰 수확이다. 게임계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게임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산업진흥원·협회 등 민간단체에서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한 덕이 컸다. 최규남원장·권준모 회장 등이 가쁜 숨을 내쉬며 뛰어줬고 게임 메이저들이 뒤질세라 세상 속으로 발을 성큼 성큼 내디딘 것도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특히 다행스러운 점은 우려속에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명실공한 국제적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성장 버팀목을 처음으로 목도했다. 이 자리를 통해 진흥원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 했던가. 지난 11월 발표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깊은 잠에 빠져든 수요시장을 일시에 깨우는 대 흥행을 달성했다. 그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 중론이고 보면 고무적인 일로 보여진다.이를테면  흥행 대작이 앞장서 시장을 이끌어야 수요 기반이 동반상승해 꿈틀거린다는 점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은 한빛소프트의 김영만회장과 웹젠의 김남주사장의 일선 퇴진이다. 김 사장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벤처신화를 창조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두터운 학력사회에서 그는 주눅들지 않고 큰 나래를 폈고 개발자로서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는 특히 언론 창달을 위해 어려운 살림에도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재기를 소망한다.


이선으로 물러난 김회장의 게임계의 삶은 시대의 풍운아, 바로 그 것이었다. 무섭게 솟아 오른 만큼 뜨거운 가슴으로 정부와 세상사람들과 치열하게 투쟁했다. 산업계의 도로를 포장했다면 다름아닌 그의 몫이다. 그는 소유를 목표로 하지 않았고 명예를 탐하지 않았다.

 

마치 주어진 운명처럼 일에 매달렸고 게임계의 멍에를 짊어졌다. 며칠전 만난 그는 해외출장을 간다며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뭐합니까. 일을 해야지. 한빛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들려온 우울한 소식은 게임위원회 김기만위원장의 전격퇴진이었다. 규제기관장으로써 어울리지 않은 소탈한 성품과 친화력을 가진 그의 퇴진소식은 정말 뜻밖이었다.

 

언론계 선배였지만 한번도 예우를 바라지 않던 게 그였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게임계의 단합과 결속력을 강조했고 게임계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전도사처럼 주창하고 다녔다. 그런 그가 끝내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산업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며 월요포럼을 만들고 업계의 현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비던 그의 갈색 트렌치 코트가 순간 생각났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릴 것 같다. 좋은 일은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나쁜 일은 하얀 눈에 덮여 깨끗히 지워졌으면 한다. 그래서 세상 온도 만큼 춥지않고 그때 그겨울 만큼 따뜻했으면 싶다.


제야의 종소리에 담아 올해의 나쁜 소식을 싹 날려 버릴 순 없을까.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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