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2006년말 게임위원회의  월요포럼에 참석,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김기만 위원장은 매주 정기적으로 게임계의 인사를 초청, 이런 행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 배경은 의외로 간단했다.

 

 눈을 뜨고 귀를 열기 위함이라고 김위원장은 설명했다. 사실 게임위는 진흥단체가 아니라 규제기관이다. 사회 정서에 맞는 룰과 원칙을 세우고 그에 걸맞는 소신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을 열고 창을 만든 까닭은 날카로운 보도의 날을 세우기 보다는 먼저 산업계를 알아야 한다는 김위원장의 소신이 더 컸다. 과거 공연윤리위원회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 룰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산업계의 부활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 지긋지긋한 ‘바다이야기’사태 이후 산업계가 좌표를 상실한 채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얘기도 했다. 등급 심의를 결정할 때  애매모호한 작품이 있다면 그 업체가 처해있는 경영 환경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심의 요령을 부연하기도 했다. 고무줄 심의, 무원칙한 심의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지금은 그럴 때라고 했다. 그리고 2008년 12월. 산업계는 사상처음으로 10억달러의 수출탑을 세웠다.


 솔직히 산업계가 잘나갈 때 규제기관은 속성상 칼을 휘두르기 마련이다. 속도 조절을 위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는 탓이다. 지핀 불이 너무 타오르면 손을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기적으로 보면 2009년을 기점으로 그런 바람이 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크다. 그런데 게임위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다할 특별한 조짐이 없다.


 미국발 금융대란은 IMF 때 보다 더 힘겨운 겨우살이를 예고해 주고 있다. 환율은 폭등하고 주식시장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소비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더 큰 문제는 달러강세다.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감소에 의해 무역수지를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순간 때 아니게 우리 경제에 핵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관계부처가 나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그 처방전이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보면 관련부처의 손발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소비 촉진책을 쓰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틀어막고 쥐려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진흥책을 쓰는 등 산업 육성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또다른 한편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소비자 보호를 빌미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어긋난 목소리다.


 문화부는 최근 게임 진흥을 위해 내년에 3500억원의 자금을 조성,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 콘텐츠로 수출 보루인 게임을 지정,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그  며칠후 복지부는 게임 셧다운제 시행을 골자로 한 관계 법령을 개정,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는 셧다운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생각도, 눈치도 없는 부처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복지부의 셧다운제는 말 그대로 통행금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문을 걸어 잠궈 실효를 거둔 제도는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특히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놓자는 것이다.

 

 더구나 현 시국이 한가하게 자신들의 영역이나 다독거릴 때인가 묻고 싶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한건주의에서 비롯된 발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정도이니 정부의 각종 시책들이 먹혀들 수 있겠는가.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업에 달려가 직접 체험도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봤음 한다. 한쪽 귀로만 듣지말고 다른 한쪽 귀도 열어야 하며, 한쪽 눈으로만 바라보려 하지 말고 다른 한쪽 눈으로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균형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럴 능력조차 없다면 눈치라도 잘 살폈음 한다. 대체 지금이 그런 생뚱맞은 규제책을 내놓을 때인가.


 게임위 김위원장은 이런 얘기를 했다.“게임위가 규제기관이냐구요? 아닙니다. 게임위는 문화와 산업을 함께 아우르는 말그대로 국민의 서비스 기관입니다.”
1기 MB 정부의 관계자들은 곱씹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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