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N자가 들어가는 기업의 이름이 빠지질 않는다. 물론 N자가 들어가는 기업이 규모도 크고 보수도 많지만 모든 개발자들이 그 회사에만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흔히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고 하듯 중소개발사는 개발한 작품이 시장에서 한번만 고전하면 회사경영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젊은 개발자들은 작은 회사보다 큰 회사로 가기를 원한다.


 국내에는 2000개가 넘는 게임회사가 있지만 대부분 큰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해 게임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개발 노력은 어느순간 세계최고의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며 우리 앞에 나타날 지 모른다.

 

 미국이나 일본이 게임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메이저 회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려는 중소개발사들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지원하고 유통시켜주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개발사가 만든 작품을 유통시켜주는 퍼블리셔가 있기 때문에 중소개발사는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다.


 미국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이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위기요인이 언제 게임업계로 옮겨 올지는 모를 일이다. 국내 게임이 경쟁력이 있으니 단순히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어려움을 헤쳐나갈 방안을 미리 생각하고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그 작품이 상용화돼 수익이 발생해야만 의미를 찾게 된다. 하지만 상용화를 통해 성공을 촉진시키는 첨병은 개발사가 아니라 게임을 판매하는 유통사다. 퍼블리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퍼블리셔가 없다.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해도 이를 세계시장에 안정적으로 유통시킬 퍼블리셔가 없다.


 국산 작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임무까지도 부여받은 퍼블리셔는 단순히 게임을 유통하는 소극적인 회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퍼블리셔는 중소개발사를 서드파티로 인정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이들이 개발하는 작품이 개발에 들어가지 전에 유통은 가능한지, 경쟁력은 있는지 등을 미리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개발자금이나 마케팅 지원 등의 투자규모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사는 바로 개발에 착수하고 퍼블리셔는 자금 지원 계획과 국내 및 해외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퍼블리셔가 지원하는 자금 규모에 만족하지 못는 개발사는 창투사나 투자가 등을 찾아 더 많은 투자를 지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발사가 퍼블리셔와 계약하고 작품 개발에 앞서 마케팅 계획까지 미리 준비한다면 작품 개발을 완료하고도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국내 및 해외 수출을 위한 안정적인 유통채널의 확보로 국내 게임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미국의 GOD라는 개발사들의 연합체는 처음에는 퍼블리셔의 횡포와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원해 만든 모임이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도 퍼블리셔와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였다.

 

 이는 중소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주도권 및 실리 싸움으로 볼 수도 있으나 양자간에 신뢰만 형성된다면 퍼블리셔와 중소개발사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서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퍼블리셔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부는 영리회사라는 이유로 지원을 꺼려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서지 못하더라도 창투나 개발사들이 힘을 모아 다른 중소개발사를 서드파티로 인정하는 퍼블리싱 업체를 설립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회사에 대한 아낌 없는 지원이 이뤄진다면 개발사들도 마음껏 경쟁력 있는 작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우리 게임산업도 이런 기업들이 내놓는 좋은 작품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창배 우송대학교 교수 game21c@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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