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인맥 동시에 쌓는 게 ‘급선무’
단순 친분 아닌 함께 일하는 관계 형성 바람직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또 아티스트 본인에게 있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역시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번 주에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도록 하겠다.


 아티스트 본인을 포함해 게임을 함께 만드는 개발자, 더 나아가 유저가 호응하는 게임 비주얼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아티스트라 할지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유저의 취향과 기호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적극적인 의견 수렴이 필수

 또 비주얼적으로는 유저의 기대 수준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지라도 작품 자체의 성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변수는 무척 다양하다. 단순히 비주얼이 뛰어나다고 해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아티스트는 자신이 참여한 작품의 성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된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잘 체크해 두었다가 차기 프로젝트에 반영해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 피드백의 범위
 작품을 개발하다 보면 개발자는 서로 많은 의견을 주고 받게 된다. 이는 아티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일차적으로는 친분이 있는 동료 아티스트로부터 선의의 의견을 받기도 하고 공식 의사소통 채널을 통해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소속 팀장이나 매니저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설정해 놓은 개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채널에 불과하다.


 만일 이런 과정을 통해 가능한 많은 의견을 듣고 서로 조율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함께 일하는 개발자보다 밀접하지 않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왜냐하면 비록 전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이야 말로 예비 유저로서 작업물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전문분야인 그래픽디자인 영역에서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면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있는 마케팅·홍보·QA 등 많은 개발 외적 담당자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서 들어온 수많은 의견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참고만 할지 또는 그냥 무시할 지는 전적으로 아티스트 본인의 판단이지만 이들의 의견을 활용할 수 있을 때 성공의 길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만일 아직 이런 환경이 구축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인맥을 쌓는 것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만 많은 의견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배는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달고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만큼은 당신이 최고다’라는 평가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있어 꿈이자 목표일 것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반드시 이뤄야할 과제이자 숙명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집이나 모음집 또는 다른 아티스트의 자료들을 보고 참고하고, 때로는 일부를 차용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저 스스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바닥부터 노력해 나간다.


 분명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정도임은 틀림없다. 자신이 롤모델로 삼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 사람의 작업을 열심히 모작해보거자 참고로 하면 되고 특별히 롤모델이 없다면 새로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이길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힘들어하다 결국은 ‘내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포기하는 경우를 지켜봤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불과 며칠만에 급작스럽게 몸무게를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라톤과 같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아티스트가 되는 길은 처음부터 체력을 한번에 소모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길고 긴 여정이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해야 하며 또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자신감이다.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비록 자신의 상황이 희망적이지 않다고 생각될지라도 언제나 자신감을 포기해선 안된다. 그리고 언젠가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쯤 되면 그 자신감은 또 다른 자신감으로 자신을 강하게 만들 어 줄 것이다.

 

◆ 성공적인 커리어 관리 절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일일 수도 있고 이직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 또 개인적인 상황일 수도 있고 자신이 의도하거나 심지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만일 이런 자리가 마련됐고 자신에게 직·간적접으로 영향을 줄 경우 객관적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없다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업무능력은 50점이지만 이부분을 잘 준비한 사람이 100점의 능력을 보유했지만 준비를 못한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와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설계에 해당하는 ‘커리어패스(Career-Path)’가 매우 중요하다.


 게임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커리어패스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나는 과거부터 해왔던 작업이 효과적으로 정리된 포트폴리오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역량을 믿고 인정해주는 동료들과의 탄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관계 형성이다.

 

△ 다양한 아트워크 꾸준히
 포트폴리오는 이제 첫발을 내딛은 아티스트에게도 이름이 잘알려진 아티스트에게도 모두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다.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색깔과 작업한 아트워크의 종류에 따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달라 정형화된 포트폴리오의 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적으로 방대한 작품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좀 더 수월하겠지만 그들도 나름대로의 경력에 따른 핸디캡이 있다.

 

 결국 정답은 없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좋은 아트워크를 꾸준히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언제든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이는 스스로에게는 자신감과 대내외적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좋은 관계가 가장 큰 자산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게 된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보면 인간적으로는 좋지 못하지만 상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파트너십을 형성할 사람도 있고 좋은 관계에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소원하게 될 이들도 있다.


 게임산업 안에 수많은 직군 중 아티스트의 경우 관리자급이 아니라면 다른 개발직과의 교류가 많지 않다. 때문에 현재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아티스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야 말로 아티스트의 커리어패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밀어줄 수 있는 확실한 사람들이며 동시에 그들과의 협력 작업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패스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단순히 ‘친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친한 관계’만을 ‘좋은 관계’로 생각하지만 이는 그릇된 판단이다. ‘친한 관계’가 그렇지 못한 관계보다 ‘좋은 관계’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공동으로 나아갈때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기 힘들어 방해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 있는 만리장성을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직접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전해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사실이 이해가 될 정도로 웅장하고 견고하다고 한다.

 

 그리고 커리어패스는 바로 이 만리장성처럼 웅장함과 견고함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내딛은 초보 아티스트는 물론 오랜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베테랑에게도 해당된다.


 물론 이런 탄탄한 커리어패스는 개인 노력에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고 또 그에 대한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냉철한 자기관리 하에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보다 단단한 커리어패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커리어패스를 자신을 고부가가치를 가진 인재로 만들어 준다.


 필자가 게임산업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도 산업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런 상황에서 꾸준하게 업계에 발을 들여 놓는 열정과 패기, 그리고 실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인재들과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 관리는 필수다. 스스로가 ‘고부가가치의 인재’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고부가가치의 인재’란 소위 ‘빅 히트작’을 만들었던 경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로 판단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라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과거에 성공한 작품에 기여한 부분이 높다면 분명 ‘고부가가치의 인재’로 인식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게임의 비주얼이 해당 작품의 상업적 흥행에 절대적이고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얼마나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기업에서 바라는 최고의 아티스트는 위와 같은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사람이며 ‘좋은 관계’는 자신의 커리어패스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당신을 강하게 믿고 인정해준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외면할 수 있을까. 모든 해답은 이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필자도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이뤘다고 볼 수 없다. 충분한 커리어패스를 구축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목표로 하는 지향점에 근접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갇고 있다.


 자신의 목표가 아트계의 스페셜리스트인지 아트디렉터인지 또 게임아트 제작 과정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무엇이든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을 갖춰나갈 때 자신의 목표와 꿈에 한걸음 다가설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놓았다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모쪼록 많은 동료 아티스트와 새롭게 입문할 이들이 이글을 읽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rax74@naver.com

 

 

| 이종현 NHN 시니어 아티스트 |

2D 그래픽 아트의 최고전문가

 

 이종현 NHN 시니어 아티스트는 지난 2000년부터 온라인 게임업계에 발을 내딛어 2D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 왔다.

 

 ‘노리텔’ ‘포레스티아 이야기’ ‘다크스토리 온라인’ 등의 컨셉트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마구마구’의 캐릭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현재는 NHN의 시니어 아티스트로서 한게임 전반에 걸쳐 컨셉트 디자인과 게임이미지소스 제작,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등 포괄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2000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
2000년 아라아이디씨 도트 컨셉트 디자이너
2003년 디지털어베뉴엔터테인먼트 메인컨셉트 디자이너.
2004년 애니파크 컨셉트 일러스트레이터
2005년 NHN GUI 아티스트 및 컨셉트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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