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 3년간 신작 게임들의 연이은 실패를 바라보며 업계 안팎에선 게임 시장의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시장 자체의 존폐 위기론까지 조심스레 대두돼 왔다.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끊임없이 출시됨에도 불구하고 미동조차 않는 순위 및 점유율 등의 각종 수치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에 신뢰도를 높여주는 근거가 됐다. 그런데 불황의 늪을 헤매던 시장에 최근 엔씨소프트의 역작 ‘아이온’이 오픈과 함께 동시접속자수 20만, 점유율 1위를 단번에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많은 이들의 분석처럼 게임 시장 자체가 위축돼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면 ‘아이온’의 이러한 엄청난 인기 몰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나 ‘아이온’은 기존 게임들의 유저를 흡수하기보다 상당부분 새로운 유저 풀을 창출했음을 각종 통계 분석 자료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즉, ‘아이온’을 통해 우리는 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 소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상적인 사이클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고, 단지 그 사이클에 맞는 좋은 게임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계속 되는 불황을 겪으면서 우리 업계는 게임 사이클상 너무 단 시간 안에 유사한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는 것이 결국 서로 간의 성공 확률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는 것도 깨우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이온’의 흥행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미래를 위한 교훈과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의 역사를 살펴보면, 항상 동시대의 평균 게임 제작비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제작 비용을 과감히 투자해 작품 자체의 규모나 퀄리티 면에서 블록버스터 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는 우연한 성공 즉, 운이 아니다. 충분한 제작 기간 동안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며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견고하게 짜여진 콘텐츠로 무장한 것이 곧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인력, 이 세가지가 모두 갖춰져야만 가능한 것으로 어떤 기업이나 쉽게 채택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아이온’의 흥행에 이르기까지 엔씨소프트가 걸어온 길은 규모 있는 기업이 레드오션에서 성공하기 위한 좋은 모델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기업은 현재의 레드오션 시장에서 ‘아이온’과 같은 흥행을 이뤄내기 위해 어떠한 액션을 취해야 할까. 작은 기업들은 신선하고 자사만의 능력을 투영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통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성공의 키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규모 있는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해 자사만의 경쟁력 있는 기술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노하우의 지식화도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와 같이, 실제로 많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시장의 정체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선도적인 게임이 출시되길 기대했고, 그러한 역할을 국산 블록버스터 게임인 ‘아이온’이 해 내길 내심 기대해 왔다. 그리고 ‘아이온’은 시장에 나섬과 동시에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공을 이루며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증명해주었다.


 이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과연 시장의 흐름, 즉 유저들의 게임 라이프 사이클에 적절하게 매칭되는 재미와 형태의 게임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성장통은 분명 많은 게임 기업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었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분명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더욱 견고하게 성장해 나가는 데 주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오승택 레드덕 사장 ducky@redd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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