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요즘 산업계 인사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신명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물 흘러 가듯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의 분위기 같으면 그냥 숨 죽이며 사는게 낫다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튀어나온 돌이 정 맞는 것 아니냐”며 입을 다물었다.


 경기 침체 분위기도 그 것이지만 뭔가 산업계의 맥을 끊어 놓은 탓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신을 바짝 차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산업계를 들여다 보면 그럴만도 하다. 올들어 변변한 히트 작, 이슈가 될만한 작품들을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산업계의 큰 별들이 잇단 흥행 참패로 기업인수 합병(M&A)이란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말았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또 어떤가. 말 그대로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해 보려는 업계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산업계를 싸고 있는 주변환경은 더 한심스럽다. 게임을 성장동력이라고 외치던 이들은 사라지고 대못만 박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때아닌 ‘셧다운제’는 뭔가. 시대의 추를 한참 뒤로 되돌려 놓자는 이야기인가. 어느 선량은 건전 게임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오락실 단속에나 어울릴 법한 섬뜩한 표현을 내세우며 칼을 갈고 있다. 한쪽에서는 업계가 못난 집안(?)이지만 그래도 친정집으로 여기는 게임산업 진흥원을 없애겠다며 야단법썩이다.


 정부는 산하기관의 통폐합이라고 하지만 업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름아닌 게임산업진흥원만의 문패 내리기란 것이다.관련 시나리오도 그럴 듯하게 유포되고 있다. 루머대로 통폐합이 이루어지면 방송 중심의, 게임진흥원은 말그대로 둘러리를 서는 모양새가 분명하다.


 이런 형편이니 업계에 무기력증이 엄습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손을 뻗어 잡으려 해도 잡아주지 않고 외면당한다면 방법이 없다.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뭔가를 착각해도 단단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부 요인은 그렇다 손 치더라도 산업 환경이 경직되면 기업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수출시장 개척 등 갈길이 먼 산업계가 제도권의 불협화음으로 자꾸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아 온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두려울 정도다. 그들은 정부의 비호와 지원아래 한국게임을 걷어내고 중화권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자국 몫으로 접어두고 온라인·모바일 시장의 정점을 향해 관민 합동으로 힘을 쏟고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온 미국은 그 엄청난 판권을 무기로 세계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더니, 그도 모자라서 아예 게임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미 우리 아성인 온라인게임 일부 성벽이 미국게임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달러 강세의 대책 일환으로 수출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엄청난 달러를 벌어 들이고 민간 외교까지 담당하고 있는 게임업계에 대해서 만큼은 나몰라라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목을 죌 생각만 하고 있다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업계의 표현대로 뒷짐을 지고 있든지 아니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자구 수단을 강구할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지않나 싶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가 않다. 솔직히 뾰족한 방안이 없다. 그 때문인지 관련 협회장도 서로 맡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삼고초려에도 ‘고사 행렬’뿐이다.


 처방전은 바른 맥을 짚은 새로운 로드 맵을 제시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산업계가 예전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춤사위를 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같은 분위기면 게임 강국은 커녕 자리 지키기도 힘겨울 것 같다. 무기력증과 대 사회 공포증으로 인해 산업계가 안절부절이다. 지난주 초 빚어진 톱 탤런트 최진실씨 자살사건이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까닭은 왜 일까. 기업도 사람과 같이 숨쉬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방황하는 게임 산업계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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