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산업 분류의 기준에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속한다. 오락, 여흥 등을 의미하는 Entertainment의 단어 자체로서도 게임의 특징과 잘 부합하지만 사용자가 시간을 즐기며 소비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영화, 음악, 공연 등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현대인의 문화로 각인되어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반면 게임은 여전히 ‘젊은이들의 불건전한 놀이’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탄탄한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얻으며 수출을 통해 많은 외화를 벌고 있는 촉망 받는 산업임에도 이렇게 사회 속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


 먼저 짧은 역사의 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1903년 6월 23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 상영 영화가 선보인 것은 1900년대 초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화의 부흥기에 접어들기까지는 그로부터 약 3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른 뒤이지만 결국 대중에게 영화라는 콘텐츠가 선보여진 시점부터의 역사는 100여 년이 되는 셈이다. 형태와 장르는 다르지만 인류의 삶과 항상 함께해 온 음악과 공연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다. 그에 비해 게임의 역사는 고작해야 10여 년 정도이다 보니 기성세대들의 시각에는 문화의 한 축이기 보다 젋은이들의 트렌드 정도로만 비춰질 뿐인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단순한 밸류 체인(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영화 산업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배우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서로 사슬과 같은 이해 관계로 얽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함께 산업을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산업은 이러한 밸류 체인이 아직 탄탄히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사업의 성공 시 반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그만큼 부정적 시선 및 여론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게임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이유들은 더욱 다양할 것이나 이러한 것들은 어느 한 사람 혹은 어느 한 그룹의 힘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과 교육의 결합이 사용자에게 높은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이러한 교육용 게임은 게임 산업의 이미지 변화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에서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이고 그에 속한 구성원들의 생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막연히 공익이란 이름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일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의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부 차원의 협조와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없다 해도 꾸준한 투자를 통해 게임 산업이 더욱 다양한 도전과 노력을 꾀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준다면 닌텐도의 위(Wii)와 같은 가족을 위한 게임기 제작을 꿈꿔볼 수도 있다.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를 이끌어 가는 축이라 할 수 있는 정부나 국회 차원의 지원 없이는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산업으로 게임이 자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게임 산업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땀방울을 흘리며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부 역시 점차 그 지원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 기업은 스스로의 사명에 최선을, 정부는 21세기의 새로운 유망 산업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과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면 10년 후 게임 산업은 값진 열매를 나눌 수 있는 든든한 과실수로 훌쩍 자라 있지 않을까.


 

오승택 레드덕 사장 ducky@redd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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