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를 보면서 자주 접한 광고는 놀랍게도 게임기 광고였다. 노출 빈도도 그렇고 유명배우를 내세운 CF도 기대이상이다. 시청자들이 CF를 통해 그 제품을 인식할 정도로 노출 빈도를 높이려면 줄잡아 수십억원의 광고 비용이 든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유명배우의 이름 값은 별개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거침없이 광고를 쏟아내는 광고주가 다름아닌 국내에 진출한 한국닌텐도였다는 게 또 놀랍다.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 규모를 들여다 보면 미미하기 그지 없다. 그 때문인지 경쟁사인 소니도 제품 공급에 안간힘을 기울였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한국은 비디오 게임기의 불랙홀이라는 별칭마저 생겼다. 아무리 두드리고, 퍼부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칭이었다.


 그런 열악한 시장 풍토를 두고, 거기에다 온라인게임이 주도하는 수요 환경에 맞서 판도를 뒤집어보겠다며 달려드는 닌텐도의 도전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닌텐도는 일단 비디오게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닌텐도는 게임기하면 킬링타임용으로, 그저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게임을 받쳐주면 학습도 가능한 게 비디오게임기란 인식을 심어줬다. 그 것은 닌텐도의 제품 컨셉트와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게임만 즐기는 게 아니라 IQ도 높여준다며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친게 주효한 것이다.


 또 한가지는 저변 확대를 꾀했다는 점이다. 척박한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수요를 이끌고 창출해 나갔다는 점에서 닌텐도의 행보는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따라  PSP, 닌텐도 DS 등 양사의 국내 비디오게임기 공급 댓수를 합하면 약 3백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볼때 국내 1천만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10가구 당 3가구에서 비디오게임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며, 그런 셈법으로 보면  그들의 잠재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 보급댓수가 전체 가구의 15%를 넘으면 소프트웨어의 수지를 맞춰 나갈 수 있다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셈법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닌텐도가 간과한 게 있다.이를테면 하드웨어 보급에만 열을 올리고 불법 SW에 대한 대책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닌텐도측은 그 문제에 대해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자사 기기결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제품 광고비를 그렇게 쏟아부으면서 불법물에 대한 문제점과 경각심을 알리는 데에는 한푼도 쓰지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닌텐도는 국내 게임 산업계와는 일정거리를 둔 채 ‘유아독존’식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시장터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뒷처리는 시장 사람들에게만 맡기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단히 우려스럽고 뻔뻔스러운 일이다. 기업의 사회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예법에도 어긋나는 불경스런 자세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수익과 생존이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쪽 눈으로만 시장을 바라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든다면 그 것은 기업 상도에도, 글로벌 기업의 경영 트렌드에도 어긋나는 짓이다.


 닌텐도가 말 그대로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다른 한 손도 펼쳐 맞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맞손의 상대는 세상사람들이 아니라 산업계 사람들이다. 그리고 응분의 책무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인들로부터 ‘타짜’ 시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며 비아냥을 살 게 뻔하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면 닌텐도에 이런 말도 전하고 싶다. 장터에서 판을 벌였으면 정리하는 청소비도 내고,시장 경비를 위해 청지기 역할도 수행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게 바로 현지화 기업이 아닌던가.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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