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산업이 2006년 이후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007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6년 국내 모바일 게임 산업 규모가 2000 억 원에서 정점을 찍은 후 더 이상 성장하지도, 그렇다고 하락하지도 않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돌풍을 일으킨 부분 유료화와 터치스크린 휴대폰의 등장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자체가 포화돼, 이제 더 개척할 곳이 없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모바일 선두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전체 게임 수출 규모 중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사실, 모바일 게임을 수출하는 일은 온라인이나 패키지 게임을 수출하는 일에 비하면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가장 큰 장벽으로는 너무나도 많은 휴대폰 기종과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대응해야 하는 휴대폰만 전 세계적으로 수 천종에 이른다. 어디 그 뿐인가. 무선인터넷 접속 시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시 우리 나라에서는 위피(WIPI) 한 가지에만 맞는 게임을 개발하면 되지만, 해외에서는 브루 (brew), 심비안 (symbian) 등 휴대폰 마다 서로 다른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이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려면 추가 인력과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요인은, 나라마다 게이머의 문화 트렌드와 정서가 달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게임이라도 게임의 스타일이나 캐릭터의 모양이 해외 문화와 정서에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는커녕 출시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프랑스에 있는 게임로프트 본사에서 개발한 소셜 시뮬레이션 게임이 미국에 출시될 때 노출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여성 캐릭터의 기존 디자인을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바 있다. 개방적인 프랑스와는 달리 부모 세대가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해외 모바일 게임의 주 이용층이 국내와 다소 다르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주요 이용층이 10대부터 20, 30대로 광범위하며 간단하면서도 플레잉 타임이 짧은 게임을 선호하는 반면, 국내 게이머는 1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긴 플레잉 타임을 선호하는 마니아 층이 많은 편이다.


 사실 게임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해외 현지의 문화와 정서는 해외 수출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게임은 영화보다도 더 큰 수출금액을 자랑하는 우리 나라의 세계적인 산업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내의 모바일 게임 역시 온라인 게임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수출이 치우쳐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적은 투자 비용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국산 모바일 게임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게임 기술과 출중한 영어 실력 갖춘 글로벌 인재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현지 인력 및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현지의 문화에 부합하는 게임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이 좁아 이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는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조원영 게임로프트 한국법인 사장, Won.Cho@gamel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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