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불문율’ 깨고 경쟁 업체 체널링 시작

 

메이저 포털 채널링’ 전쟁 예고---업계 일각에선 역효과도 우려

 

 

엔씨소프트가 경쟁 관계에 있는 네오위즈게임즈의 게임 ‘슬러거’를 채널링한다. 채널링은 타사 온라인 게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관문을 열어주는 서비스로 우호적 특수 관계에 있는 업체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업계는 슬러거의 채널링 소식이 전해지자 2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슬러거’가 히트수가 높은 인기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채널링은 특정 유저층을 확보하거나 틈새시장을 노린 ‘중박’에서 주로 이뤄졌다. ‘슬러거’는 회원가입자 150만명과 동시접속자 1만50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 매출도 약 10억원 이상에 달하고 있는 인기게임이다.


  또한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가 각각 게임포털을 갖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과의 동침’을 결정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쟁 업체의 채널링은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깼기 때문이다.
 
# 채널링 계약 완료, 연내 서비스  
 엔씨는 네오위즈와  ‘슬러거’에 대한 채널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네오위즈의 게임포털 ‘피망’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슬러거’가  경쟁 게임포털인 엔씨의 ‘플레이엔씨’를 통해서도 서비스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업계 한 소식통은 “네오위즈게임즈는 최근 엔씨소프트와 ‘슬러거’를 게임포털 ‘플레이엔씨’에서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링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며 “현재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연내에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널링 서비스는 지난 2002년 게임포털이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게임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독자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을 중심으로 채널링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채널링 대상은 독자 서비스게임에 국한됐다.

 

 ‘슬러거’의 경우처럼 이미 게임포털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타 게임포털이 채널링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했다. 또한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포털에게는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슬러거’의 채널링은 이런 통념과 관례를 완전히 깨뜨렸다.
 
 경쟁관계에 있는 양사가 제휴를 맺은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플레이엔씨의 인지도 재고와 유저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엔씨는 지난 2005년 10월 캐주얼게임 분야로 사업 확대를 꾀하기 위해 게임포털 ‘플레이엔씨’를 론칭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킬러 타이틀의 부재로 유저 몰이 또한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슬러거’는 최근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슬러거’의 채널링을 통해 신규 회원을 늘릴 수 있고 플레이엔씨의 간접 홍보 효과도 얻게 된다. 또한 장르 다변화를 통한 라인업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뿐 만아니다. ‘슬러거’가 객당가(ARPU)가 여타 캐주얼게임보다 높아 일정 수준의 매출 또한 가져갈 수 있다.


 네오위즈는 게임 가입 창구가 기존 ‘피망’에서 ‘플레이엔씨’로 확대됨에 따라 신규 회원 유치에 도움이 된다. 특히 플레이엔씨의 회원층과 ‘슬러거’의 유저 연령대가 엇비슷해 시너지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플레이엔씨의 유저층은 주로 ‘리니지’와 ‘리니지2’ 등을 즐겨하는 20∼30대로, 야구 게임 ‘슬러거’를 즐겨하는 회원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슬러거’와 ‘플레이엔씨’ 유저층은 20대∼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유저들의 상호 교류가 활발해 질 수 있다”며 “특히 ‘슬러거’가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어 ‘리니지’ 유저들이 잠깐의 휴식 시간동안 ‘슬러거’를 즐기는 소비패턴을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다.
  
# ‘슬러거’, 제 2의 던파 신화되나
 엔씨와 네오위즈 양사는 물론 업계 전문가들은 ‘슬러거’의 채널링이 엄청난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2의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신화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하는 ‘던파’는 지난 2006년 8월 ‘한게임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회원수는 물론 동시접속자가 급상승했다.  한때 동시 접속자가 16만5000명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회원 가입 역시 한게임 채널링을 통해  500만명이나 증가했다. 현재 던파의 총 가입회원은 950만명으로 채널링 이후에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엔씨소프트는 국내 선두 게임기업으로 자본력과 마케팅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 만큼 채널링 초반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슬러거’의 채널링 효과는 ‘던파’가 이룬 효과, 아니 그 이상의 시너지도 가능할 수 있다. 특히 ‘슬러거’가 플레이엔씨가 보유하지 않은 색다른 장르인데다가 유저층은 서로 비슷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널링은 양사의 호흡이 잘 맞아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게임포털의 관계자는 “퍼블리싱과 마찬가지로 채널링 또한 두 업체의 협업이 성공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엔씨와 네오위즈가 모두 메이저이긴 하지만 경쟁관계에 있어 각자의 이해와 주장이 다를 수 있어 자칫하면 공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포털 경쟁 ‘채널링’으로 확대 
   엔씨소프트의 ‘슬러거’ 채널링은 향후 메이저 포털간의 채널링 전쟁을 예고한다. 포털간의 경쟁 구도가 신작 퍼블리싱에서 채널링으로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퍼블리셔들의 대거 등장으로 신작 IP 부족사태가 빚어졌다. 이는 신작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으며 신작에 대한 판권료 거품현상까지 부추긴 요인이 됐다.


 이처럼 절대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퍼블리싱 분야에서 채널링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하고 있다. 채널링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해야 하는 게임포털 입장에서 콘텐츠 보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한게임의 그라비티 존 오픈, 오디션의 3개 사이트 서비스 등이 이같은 인식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야후코리아,  SBSi 등으로 확대되면서 채널링은 콘텐츠 유통의 변방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채널링은 정식 서비스 게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일정매출과 유저 확보까지 가능해 퍼블리싱 경쟁의 새로운 툴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한게임, 피망 등과 같은 몇몇 포털이 채널링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야후, 엔씨 등이 참여하는등 확산 일로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채널링 분야에서 한게임과 피망이 앞서 있다. 이들 포털은 유저풀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미  5종∼10여종의 게임을 채널링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후발 주자인 엔씨소프트는 포털의 브랜드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풍부한 자본력이 무기다.  또한 ‘리니지’와 ‘리니지2’,  ‘아이온’ 등  확실한 킬러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판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플레이엔씨가 게임지출에 인색하지 않은 20대∼30대의 두터운 성인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어 상용화 게임이 주류를 이루는 게임들을 상대로 한 채널링 분야에서 선두 주자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채널링 시장에서 닦여지지 않은 보석과도 같다”라며 “특히 ‘리니지 시리즈’를 통해 충성도가 강한 게임 유저를 보유하고 있어 채널링 시장에서 빅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상두기자 sd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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