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 반환소송으로 ‘제동’

 

100여억 문화기금 활용계획 ‘원점’

 

지난 5월 법원 판결로 조만간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100억원 대의 경품용 상품권 수수료 기금이 또다시 은행계좌에 묶여 잠기게 될 전망이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1월 상품권 발행업체 안다미로가 진흥원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기한 반환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지난 5월 ‘수수료의 10%를 반환하고 나머지 부분은 사용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이를 근거로 나머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협의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소송결과에 대해 19개 상품권 발행업체 중 안다미로를 포함한 7개 업체만 합의하는 데 그쳤고 최근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진흥원을 상대로 또다시 수수료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기금 활용에 제동이 걸렸다.
 진흥원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해피머니가 제기한 소송결과에 따라 향후 수수료 사용계획이 정해질 수 밖에 없다”며 “나머지 12개 업체의 경우 해피머니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협의를 하거나 추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원장 최규남)이 지난해 4월 28일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 폐지 이전까지 상품권 발행사로부터 징수한 금액은 146억 원으로 현재까지 약 6억 원의 이자를 포함한 총 152억 원이 모아졌다. 이중 지정제도 운영 등에 따른 지출비용 50여억 원을 제외하면 현재 100여억 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중 30억원은 소송 결과에 따라 업체에 되돌려 줄 돈이어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7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은 관련 소송이 마무리되는 데로 이 돈에 대한 사용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결론이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해피머니측이 제기한 소송결과에 따라 또다른 제 3, 제 4의 업체가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업체들과 달리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한국교육문화진흥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수수료 반환 여부를 둘러싼 진흥원과 상품권 발행 업체간의 공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 감정싸움 법정으로 ‘비화’
 해피머니는 왜 뒤늦게 반환소송을 재기했을까.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안다미로에 대한 법원 판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피머니 한 관계자는 “안다미로의 조정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사업자측에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소송제기 취지를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진흥원은 상품권 수수료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아케이드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게임문화재단 등 실속 없는 사업에 투자하려 한다”며 “지금이라도 전액 상품권 발행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해피머니가 수수료 반환을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의 앙금 때문일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바다이야기’ 사태로 유일하게 구속된 인물이 바로 안다미로 대표 김모씨와 해피머니 대표 최모씨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속사유는 회사자금 횡령, 법인세 포탈 등이었으나 이는 ‘바다이야기’ 관련 업체 대표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아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것.
 결국 관련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된 업체의 대표가 진흥원을 상대로 감정이 섞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만든 경품용 상품권 운영제도에 따라 합법적인 사업을 했음에도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지나친 형량을 받은 두 사람이 결국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해피머니가 제기한 소송에서 반환을 요구한 금액은 15억 원으로 인지세만 수천 만 원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봤을 때 해피머니가 안다미로와 같은 10%를 돌려 받도록 판결이 나올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억 50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소송비용으로 인지세와 변호사 수임료 등을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을 정도다. 
 진흥원은 이에 대해 “법원에서 심리를 진행중이지만 안다미로와 크게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무리한 법적 공방으로 발목을 잡기 보다는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기금 사용 시기 ‘오리무중’
 진흥원은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2년 넘게 잠들어 있는 100여억원 기금이 언제부터 사용될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안다미로의 진흥원을 상대로 제기한 반환소송에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 해피머니도 이와 같다고 예상했을 때 올해를 넘길 수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흥원과 합의를 하지 않은 나머지 업체 중에서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또다시 기금의 집행이 연기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진흥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업체들 눈치만 보는 입장이 돼 버렸다. 진흥원은 향후 전개될 상황을 크게 세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첫째는 해피머니측이 제기한 소송이 본안판결에서 안다미로와 달리 10% 수준이 아닌 전액 또는 50% 등 그 이상을 반환하라고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결과에 따라 진흥원이 반환해야 하는 금액이 커질 경우 추가 비용지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칫 진흥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상품권 발행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지만 이전 안다미로를 넘어서는 판결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관련 소송 등 수수료 반환 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해피머니측이 안다미로와 비슷한 수준의 조정을 받아들이거나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으로 진흥원과 협의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진흥원과 협의한 7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업체와의 협의과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마지막 상황은 제3, 제4의 업체들이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다미로와 해피머니의 경우 재력이 충분한 데다가 수수료 금액도 많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진흥원 김일 팀장은 “안다미로 판결이 강제 조정이기는 하지만 법원에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업체 역시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사회적인 인식에 대한 부담감으로 협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두 번째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었다.

 

# 향후 전망은
 진흥원은 일단 첫 번째 시나리오를 최악이라고 보고 두 번째 시나리오에 따른 향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진흥원은 상품권 업체들과의 협의가 마무리 될 경우 건전게임문화 조성, 아케이드게임산업 육성,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건전게임문화 조성, 아케이드게임 발전 등 수수료 징수의 근본 목적과도 일치되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 4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진흥원 업무보고에서 게임박물관 건립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수수료 반환 청구 소송이 해결될 경우 박물관 건립이 일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진흥원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임문화재단 관련 사업 비용으로 편입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 운영 당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수수료 배분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해피머니측이 승소해 다른 업체들이 추가 수수료 반환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재 문화부에서 추진중인 콘텐츠관련 기구의 통·폐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재단법인의 경우 소송이 진행중일 경우 청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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