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양산할 ‘등록제’ 너무하다” 원성

 

전체 PC방의 20∼30% 문 닫을 판

 

건축법 등 관련 규제 지나치다 ‘한목소리’

 

 

 오는 8월1일로 예정된 미등록 PC방에 대한  단속을 앞두고 미등록 PC방 업주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업주들은 등록제의 부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더게임스 특별취재팀은 당장 길거리로 내쫓길 처지에 놓인 5000여개 미등록 PC방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서울 관악구와 구로구, 경기도 시흥시 일대를 돌며 PC방 업주들을 직접 만나봤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던 PC방을 하루아침에 불법업소로 전락시켜 생계마저 위협받게 하는 등록제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전체 PC방의 70∼80% 정도가 등록을 마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000여개로 추산되는 나머지 20∼30% PC방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미등록업소로 전락, 불법영업을 하거나 타업종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등록PC방 대부분이 영세사업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타업종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주들은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 지역 특성 용도 변경 ‘불가능’
 때 이른 폭염에 지나가는 행인도 드물었던 7월의 중순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A PC방 사장 박모씨(57세)는 요즘 등록제 때문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국고전무용과 관련한 일을 하다 한계를 느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주변의 권유에 지난 2006년 1월 PC방을 창업했지만 채 2년도 되지 않아 등록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요즘 등록제 때문에 잠에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깰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용도변경을 해야하는데 지역 특성상 용도변경 자체가 불가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A PC방이 위치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은 시 조례법과 특별도시 계획법으로 택지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법 시행령으로 제한하고 있는 2종 근린생활지역에 위치해야 하지만 용도 변경 자체가 법으로 막혀있는 것이다. 현재 시흥시 정왕동에서 영업중인 PC방은 대략 90여 곳.
 그러나 현행 법상 등록이 가능한 2종 근린생활지역에 해당하는 PC방은 20곳 안팎이다. 당장 경찰의 단속이 벌어지면 70여개 PC방은 하루아침에 불법업소로 전락해 폐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수원 영통구 같은 경우는 시에서 예외를 두고 1종이든 2종이든 등록을 허가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곳 시흥시 담당공무원들은 철저하게 법을 지키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던 사업주를 이렇게까지 거리로 내몰고 있는 구청과 정부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또 “앞으로 대학생인 아들과 재수생인 딸의 등록금과 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당장 8월 1일부터 단속을 한다고 하는데  임대차 계약 기간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주변에 위치한 또 다른 PC방 업주 김모씨(45)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사장은 “이 주변에서 2종 근린생활지역은 이미 등록제로 인해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며 “당장 임대료도 걱정인 영세상인에게 또 다시 빚을 얻어 PC방을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 투자 비용 회수 ‘걱정’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또 다른 PC방 업주 김모씨(41)는 근처에 설립예정인 고등학교 때문에 졸지에 성업중이던 PC방을 폐업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도대체 자유업이었던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흥분했다.
 근처 약 2000여 세대의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인접해 있어 지난 2003년 창업한 이래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지만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보건법과 게임법에 따르면 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내에 위치한 PC방은 영업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정화구역내 위치한 PC방은 사실상 폐업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주변 50M이내에 위치한 절대 정화구역과 달리 200M이내에 위치한 상대 정화구역은 학교장이 주관하는 정화시설심사위원회(운영위원회)의 허가를 통과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사과정이 까다롭고 실제로 통과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정화구역은 기존 학교는 물론 학교설립예정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는 “지난 2007년 학교 설립이 확정되면서 정화구역에 편입돼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정화구역 내에 위치하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의의 심의를 통과하면 영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설립도 안된 학교에 학교장과 운영위원회가 도대체 어디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문제로 담당 구청을 수시로 방문했지만 현행법으로는 정화구역 내에 PC방을 영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등록을 해줄 수 없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들을 뿐이었다.
 그는 “최근 대당 50만 원하는 PC 약 50여 대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2500만 원 가깝게 들었는데 폐업한다면 이를 어디서 회수해야 하냐”며 “벌금을 내더라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중·삼중 규제 사업성 ‘악화’
 이와 달리 정상적으로 등록을 마친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B PC방 업주 이모씨(32)는 등록제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고 있다. 현제 B PC방이 위치한 지역은 2종 근린생활지역으로 매장 면적은 약 200㎡다. 등록제 시행 이후 바로 소방시설완비증과 전기안전필증도 발급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등록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미등록 업주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처음 등록제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면적제한 때문에 인근에 위치한 300㎡를 넘는 대형 PC방이 모두 등록하지 못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며 “왜냐면 대형 PC방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을 낮추는 등 수익이 많이 떨어졌는데 등록제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대형PC방이 면적제한이 없는 판매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고 오히려 매장 면적을 확대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주변 영세 PC방들이 모두 고사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매장을 확대하고 싶어도 현재 건물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다른 상가로 이전해야 하지만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미등록 업소의 경우 대부분 150㎡ 이하 영세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등록제는 영세사업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등록한 PC방의 경우에도 당장 단속은 피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완전금연과 이용자등급 미준수시 PC방주를 처벌하는 문제 그리고 최근 고유가로 심야영업을 제한할지 모르는 등 이런저런 규제로 갈수록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도대체 PC방이 얼마나 나쁜 업종이길래 이중 삼중의 규제로 영업을 제한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PC방 업주 대부분은 더운 날씨가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10여년 간 영업을 해온 PC방 업주를 하루 아침에 범법자로 만드는 정부에 짜증난다며 여러 관련 규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등록제는 마땅히 철폐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PC방은 생계 바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사진=현성준기자 gus0403@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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