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관련 기관의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측 분위기를 보면 기관 통폐합의 방향은 거의 확정됐으며 그 절차만 남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청와대측 한 고위 관계자도 “콘텐츠 기관 통폐합 문제는 재고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고, 이미 이 문제는 실무자의 손에서 떠난 상태”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런 움직임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 초 께면 사상 초유의 메머드급 콘텐츠 기관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통폐합의 큰 그림은 한마디로 콘텐츠 관련기관을 한 군데로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굳이 한줄기인 문화콘텐츠, 방송영상 프로그램, 그리고 게임물 등을 따로따로 세분해 육성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된 탓이다. 이를테면 가지 치기에 신경 쓰기 보다는 큰 나무 키우기에 더 주력하겠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인력·예산절감 등 경제원리도 포함돼 있다.
 
   콘텐츠의 윈도 흐름을 보면 정부측의 논리가 결코 맞지 않는 게 아니다. 또 한 나무에서 파생되는 게 관련 콘텐츠이고, 이 가지는 한줄기로 뻗는 게 아니라 이른바 콘텐츠끼리 융합화 하는 게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서로 아옹다옹 부딪끼며 몸부림칠 일이 아니다. 힘을 분산하지 않고 역량을 극대화하는게 더 현실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기관 통폐합의 필요성이 이러한 제 환경 조건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성격이 짙은 타 기관의 몸집 줄이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주지하다 시피 정부 산하기관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그런 기관도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부측의 심정도 이해할 만 하다. 실용 정부의 기관 통폐합 의지와 방침은 맞고 그렇게 가야한다. 그 것은 다름아닌 혈세를 낭비하고 그런 기관을 통해 필요없는 규제들이 양산된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손을 보고 가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그 잣대를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기관에 갖다 댄다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새정부의 실용 정책에도 어긋난다.
 
  통폐합의 목적은 군살 빼기 뿐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란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콘텐츠 기관 통폐합 결정은  유감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게임산업진흥원을 포함시킨 건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게임은 문화·방송 콘텐츠의 그 것과는 색깔이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엄격히 얘기하면 게임은 정보기술(IT)을 극대화한 꽃이라 할 수 있다. 문화·방송콘텐츠가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게임은 온라인이 삶의 터전이다. 태생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가지 치기가 아니라 묘목 키우는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약 922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이 시장은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게임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린 겨우 온라인 게임시장이라는 특정한 곳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다름아닌 묘목이며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와도 맞지 않다. 지식산업의 보고는 콘텐츠이고 그 핵심은 게임이다. 더욱이 고급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그 돌파구로 더없는 곳이 게임분야다. 그런 시장, 그런 산업의 로드맵을 그리고 육성책을 내놓는 기관을 축소, 통합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통폐합 후의 일을 내다보면 더 끔찍하다. 게임이 이선으로 밀려나고 찬밥 신세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중들에게 호소할 줄도 모르고 로비는 커녕 나서기 조차 꺼려하는 게임인들의 성향을 비취보면 그 앞날은 눈을 감고 봐도 훤하다. 
 
  언필칭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재론해야 한다.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대승적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수입 쇠고기 파동의 교훈에서도 봤듯이 좀 더 세밀한 조율과 대화가 필요하다. 무조건 밀어붙였다간 또다른 화를 불러 모을 수 도 있다.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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